2003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19세기 초반 경기 감영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12폭 화면 위에는 백악산·인왕산·북악산·삼각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그 아래 경기감영을 중심으로 서대문 밖의 풍경과 생활상이 묘사되어 있다.
이 병풍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19세기 초반 감영과 관아를 중심으로 활터, 영은문(迎恩門), 그리고 그 주변의 기와집과 초가집이 자세히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벽에 흰칠을 하고 ‘선설약국(新設藥局)’, ‘만병회춘(萬病回春)’의 상호명을 써넣은 약국, 미투리를 파는 신발가게, 쌀가게, 행상, 좌고 등이 큰길가에 늘어서 있다. 감영 행사의 긴 행렬과 구경꾼들, 가위를 든 엿장수, 물동이를 이고 가는 아낙네, 동자와 마부를 거느리고 말을 타고 외출하는 양반 등 당시의 길거리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돈의문(敦義門)에 설치된 수문장청(守門將廳)과 그 문을 드나드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도시의 생활상을 파노라마식으로 표현하는 전통은 중국의 「청명상하도」에서 시작되는 형식으로, 조선시대에는 1792년(정조 16)에 서울의 풍경을 종합적으로 묘사한 「성시전도」가 그 전례가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성시전도」는 기록으로만 전하고 실물의 소재는 알 수 없다.
전경은 부감법의 높고 넓은 시점으로 표현되었고, 건물들은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를 향하는 사선방향의 평행투시도법으로 표현되었다. 이 기법은 고려시대의 「관경변상도」, 조선시대의 「삼강행실도」, 「내불당도」(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한시각의 「북새선은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등 오랜 전통을 갖는 건물의 표현기법이다. 산은 피마준(披麻皴)에 미점(米點)을 찍은 흙산과 부벽준(斧劈皴)으로 쓸어내린 바위산을 그려 정선의 화풍을 계승하였다.
이 작품에는 유난히 수목이 많이 표현되어 있다. 원산에는 능선을 따라 소나무가 줄줄이 배치되어 있고, 중경과 근경의 나지막한 동산과 집들 사이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풍성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수목을 많이 그리는 경향은 「궁궐도」(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옥호정도」(개인소장) 등 19세기 기록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이다. 원경의 소나무는 이의양의 「산수도」(개인소장)와 유사하다.
조선 후기 19세기 초에 경기감영과 관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각종 생활 장면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