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 274면. 1946년 9월 정음사(正音社)에서 간행되었다. 이 책은 한국의 과학기술 및 과학사상의 통사(通史)로 처음 나온 개척적 연구서이다.
홍이섭은 1942년 잡지 ≪ 조광(朝光)≫에 <조선과학사>를 연재하였고, 1944년에 그것을 일본어로 재구성하여 ≪ 조선과학사≫를 내놓았다(東京 三省堂, A5판 452면). 저자는 광복 후 그것을 국문으로 고쳐 써서 펴냈는데, 서문에서 이 책을 조선사에서 본 과학사의 시험적 구성이라고 하였다. 그때까지 우리 나라에서의 과학사에 대한 연구는 문자 그대로 황무지였기 때문에 그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이었다.
홍이섭은 역사학자로서 한국의 과학을 시대순으로 개관하여 서술하였다. 원시조선에서 조선시대 말까지를 5편으로 나누고 앞에 서론으로 과학사의 방법과 조선과학의 연구대상과 그 범주를 논하였다.
이 책의 첫째 지표를 ‘일반과학사에서 본 조선과학의 역사적 발전의 변천 도정을 규시(窺視)’하는 데 두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생활사 · 과학 · 기술의 역사’라는 인식을 가지고 문헌과 함께 유물을 중요시하여 엮어내는 데 힘썼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때까지 알려진 사료와 고문헌, 그리고 여러 분야에서 빼낸 과학기술 관련자료와 연구업적을 거의 망라하고 있다.
이것은 이 책이 한국과학사를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정리, 서술한 점과 함께 높이 평가되는 것이다. 이 책이 지금까지도 그러하였고 앞으로도 한국과학사 연구의 중요한 결집으로서 살아 있게 될 까닭이 여기에 있다.
홍이섭은 이 책에서 한국사에서의 과학과 사회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역대 왕조의 과학과 기술을 논하면서 이 주제를 여러 형태로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서구적 과학의 수용과 이조 봉건과학의 지양’을 한 편으로 구성해서 실학자들의 공헌, 서구 근대과학기술 수용에서 나타난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저자 나름의 시각을 담고 있는 부분도 이 책의 개성을 뚜렷이 하고 있다. 이 책은 일본어판 2,000부를 펴낸 뒤에 나왔는데도 국문판이 1949년에 재판까지 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