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 높이 323㎝, 대좌 높이 45㎝. 1982년 충청북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정하동 도로변에 인접한 폐사지(廢寺址)의 높이 3.23m, 너비 2.8m에 달하는 바위의 남면(南面)에 음각되어 있다. 이 불상은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편으로 엄격한 정면관(正面觀 : 앞에서 바라본 모습)에 연화대좌(蓮花臺座) 위에 결가부좌(結跏趺坐)한 좌상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사각형 얼굴은 단정하면서도 납작하다. 살이 오른 양 뺨과 미소를 머금은 입가에서는 생기와 양감이 느껴진다. 머리에는 관(冠)을 쓰고 있어 보살형의 비로자나불임을 알 수 있다. 신라 말기에 출현하는 여래형 비로자나불상과는 거리가 있어 주목된다. 반타원형의 눈은 마멸이 심하여 불분명한데 눈꼬리가 살짝 비켜 올라갔다. 깊숙이 파 각선(刻線)이 선명한 양 눈썹은 수평에 가까운 완만한 호를 그리고 있다.
다소 좁아 답답한 느낌을 주는 이마에는 백호(白毫 : 부처의 두 눈썹 사이에 있는 희고 빛나는 가는 터럭)의 흔적이 남아 있다. 미간에서 곧바로 뻗어 내린 코는 주저앉은 듯한 부드러운 윤곽을 보여 주고 있다. 작은 입술은 앞으로 빼어 물고 있다. 막대 같은 기름한 귀가 양쪽으로 늘어졌는데 사실성이 결여된 약식화된 표현을 보여 준다.
머리의 뒤로는 원형의 두광(頭光 : 부처나 보살의 정수리에서 나오는 빛)이 있다. 테두리를 굵은 음각선으로 파내어 경계를 지었을 뿐 내부에는 아무런 장식을 가하지 않은 소박한 형태를 하고 있다.
불신(佛身)은 상체가 다소 연장되어 늘씬한 실루엣을 이루는데 견고한 어깨와 넓은 무릎이 적절하게 균형 잡힌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의는 양 어깨를 모두 덮은 통견(通肩) 형식이다. 양어깨에서 대칭으로 접혀진 서너 줄의 굵은 옷주름이 소맷자락으로 내려가면서 간격이 조밀한 평행 사선으로 넓게 펼쳐지고 있다. 무릎 위 복부로는 두 겹의 둥근 U자형 주름이 늘어지고 있다. 둔중한 음각의 옷주름 무늬가 어지럽게 양 무릎을 감싸 덮고 있다.
양손은 왼손의 집게손가락을 오른손으로 둥글게 감싼 지권인(智拳印)을 결하고 있다. 소매 속에서 나와 몸 앞으로 연결되는 손목 부위를 비롯해 전반적인 조각 수법이 생기가 빠져 형식화되었다.
불상 하단의 연화대좌는 일정한 굵기로 선각된 단판(單瓣 : 홑잎)의 앙련(仰蓮 : 위로 향하고 있는 연꽃잎)으로 장식되어 있다. 암반의 상단에는 네모난 홈이 파여 있어 원래는 목조 가구의 전실(前室)과 같은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간략화된 조각 수법과 도상 표현에서 미루어 볼 때 신라 말기에 출현하는 일련의 비로자나불좌상들과 구분되는 고려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