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초간일기(草澗日記)』는 권문해(權文海, 1534~1591)가 1580년(선조 13)에서 1591년(선조 24)까지 11년간에 걸쳐 일상의 개인적인 일에서 국정의 대요(大要) 등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적은 일기로, 3책으로 된 필사본이다.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죽림리 권영기(權榮基)가 소장하고 있다.
이 책의 표제는 『선조일기(先祖日記)』·『초간일기』·『신묘일기(辛卯日記)』 등으로 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선조일기: 1580년(선조 13) 11월 20일에서 1584년(선조 17) 7월까지 5년간의 일기이다. 저자가 공주목사, 삼사(三司)의 관직에 있을 때의 기록으로, 일상 생활에서부터 당시 경향 각 관사에서 일어났던 중요한 일들을 상술하고 있다. 그 밖에 동료나 친구들과 왕복한 시문이나 조야(朝野)의 소(疏)·차(箚)·계(啓) 및 국왕의 전교·비답 등도 전재해 그 내용을 더욱 충실히 하였다. 책명은 후손이 붙인 것이다.
② 초간일기: 1580년 11월 1일에서 1590년 4월 6일까지의 일기이다. 다만, 1580년 11월부터 1584년 7월까지의 일기는 『선조일기』를 정서한 것이다. 이는 저자가 초고본의 일기를 재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 형식은 『선조일기』와 비슷하나, 행서체로 쓰여지고 체재가 비교적 정연한 점이 다르다.
③ 신묘일기: 1591년(선조 24) 7월부터 10월 6일까지의 일기인데, 중간에 결기(缺記)가 더러 있다. 저자가 승지로 재직할 때의 기록으로, 국정에 관한 기록이 대부분이다.
이상의 일기는 저자 자신의 일상 생활과 주변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비교적 상세히 적고 있으므로 당시 사대부들의 생활상을 살필 수 있다. 또한 중앙의 요직과 공주·대구·안동 등의 지방관을 지내면서 겪은 직무 수행에 관한 문제도 적고 있어 관아의 기능과 관리들의 생활, 그리고 당쟁 관계 인물 등 정치·국방·사회·교육·문화·지리 등 전반에 걸쳐 비교적 자세히 기록되었다.
현존하고 있는 임진왜란 이전의 관료가 쓴 일기로는 권벌(權橃)의 『충재일기(冲齋日記)』와 유희춘(柳希春)의 『미암일기(眉巖日記)』가 대표적인데, 각기 『중종실록』과 『선조실록』의 편찬 자료로 채용된 바가 있다.
이 일기는 『충재일기』와 『미암일기』와 함께 임진왜란 이전 관료의 자필일기로서 병화(兵火)로 소실된 사료를 보완하는데 소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1580년(선조 13)에 시작되는 이 일기는 1577년(선조 10)에 끝나는 『미암일기』와 2~3년의 공백이 있기는 하나, 시대가 연결된다는 점에서 그 사료적 가치가 인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