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묵들은 1986년 보물로 지정된 8종 14점이다.
[내용]
그 지정된 목록과 내용 개요는 다음과 같다.
① 김구진묵(金絿眞墨): 지본족자. 조선 전기 4대 명필의 한 사람인 김구가, 1519년(중종 14) 6월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예조참판에서 삼척부사(三陟府使)로 좌천되어 나가는 권벌에게 증별(贈別)로 써서 준 것이다. 세로 98.7㎝, 가로 47.6㎝의 크기에 왕발(王勃)의 『별설화시(別薛華詩)』를 초서체로 쓴 족자이다. 김구의 진묵은 극히 희귀하며, 특히 대초(大草)는 처음 발견된 것이다.
② 허목청암정편액제자(許穆靑巖亭扁額題字): 지본권자. 1682년(숙종 8) 전서(篆書)의 대가인 허목이 권벌의 정자인 청암정의 편액을 써준 것이다. ‘청암수석(靑巖水石)’ 네 자는 전서체로 가로 쓰고, 아래에 해서체로 소지(小識) 세 줄을 쓰고 있다.
③ 장필진묵(張弼眞墨): 세 폭. 명 성화(成化)∼홍치(弘治) 연간의 문장가이며 초서의 대가로 불리던 장필의 진묵 두 폭에 권벌의 5세손 두인(斗寅) · 두경(斗經) 자작자필의 후지(後識) 한 폭이 첨부된 총 세 폭의 대족자이다. 1539년 권벌이 개종계주청사(改宗系奏請使)로 연경에 갔을 때 구입해온 것이다.
제1폭에는 송나라의 학자 정호(程顥)의 추일(秋日)이라는 칠언율시를, 제2폭에는 당나라의 시인 양거원(楊巨源)의 수우부마(酬于駙馬)라는 칠언율시를 초서체의 대자로 썼으며, 제3폭은 두인 · 두경의 지기이다. 장필의 초서는 우리나라 서예, 특히 초서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것인만큼 초서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극히 드물다.
④ 이황서첩(李滉書帖): 1책(5절). 첩장. 이황이 고시(古詩)를 초서체로 썼다. 이황의 글씨는『퇴도선생필법(退陶先生筆法)』이 1971년 보물로, 『퇴우이선생진적(退尤二先生眞蹟)』이 1975년 보물로 각각 지정된 바 있다. 표지는 ‘퇴도선생서(退陶先生書)’이다.
⑤ 허목전서(許穆篆書): 1책 (5장). 지본. 1681년 가을에 허목이 연천(漣川)을 방문한 권두인에게 써준 것으로 단서지계(丹書之戒) · 장명(杖銘) · 반명(盤銘) · 감명(鑑銘) 등을 전서체로 쓰고, 뒤에 그의 조카 허하(許嘏)를 시켜 전서 내용을 예서체로 썼다.
허목의 글씨로는 그의 수고본인『동해비첩(東海碑帖)』1책,『금석운부(金石韻府)』2책,『고문운부(古文韻府)』9책 등 12책이 일괄하여 1975년 보물로 지정된 바 있으며, 이 전서는 그의 87세 때의 작품으로 귀중한 자료이다.
⑥ 권벌수적(權橃手蹟) · 선현수적(先賢手蹟): 한쪽에는 권벌의 수적 4편을, 배면은『선현수적』으로 황보인(皇甫仁) · 이수광(李睟光) 등 7명의 필적을 작첩한 것이다.
⑦ 암장고적(巖藏古蹟): 5책. 유순(柳洵) · 성수침(成守琛) · 이현보(李賢輔) · 이황 등 15∼16세기의 명인 34명의 간찰(簡札) · 시고(詩稿)를 모아 작첩한 서첩(書帖)이다.
⑧ 원장고적첩(院藏古蹟帖): 1책. 선조∼현종 때 권벌을 제향한 봉화(奉化)의 삼계서원(三溪書院)에 관한 사제문(賜祭文), 김성일(金誠一) · 정구(鄭逑) 등의 간찰을 모아 작첩한 것이다. 이 8종의 유묵들은 서예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김구의 초서족자, 이황의 서첩, 허목의 미수전, 장필의 초서족자 등은 개별적으로도 국가유산으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다.
이 유묵들은 명현의 필적으로서 서예적 가치뿐만 아니라, 권벌 및 그의 자제들의 교유관계와 당시 사대부들의 시문 활동상도 아울러 살필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