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권2 ‘수로부인조(水路夫人條)’에 실려 있다. 수록문헌에 의하면 성덕왕대 순정공(純貞公)이 강릉 태수로 부임해 가다가 해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그 곁에는 높이 천 길이나 되는 돌산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바다에 닿아 있는데, 그 위에 철쭉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그 꽃을 보고 좌우의 종자들에게 그 꽃을 꺾어 바칠 자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으므로 불가능하다고 대답하였다. 마침 그 곁으로 암소를 끌고 가던 노옹이 수로부인의 말을 듣고, 그 꽃을 꺾고 또 가사(歌詞)를 지어 바쳤다고 하는데, 그 노옹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이 노래의 원문과 그 해독 및 현대어 풀이는 다음과 같다.
① 원문
紫布岩乎过希/執音乎手母牛放敎遣/吾肸不喩慚肸伊賜等/花肸折叱可獻乎理音如
② 해독
딛배 바회ᄀᆞᆷᄒᆡ 자ᄇᆞ온손 암쇼 노ᄒᆡ시고
나ᄒᆞᆯ 안디 붓ᄒᆞ리샤ᄃᆞᆫ
곶ᄒᆞᆯ 것가 받ᄌᆞ오리이다.(양주동 해독)
③ 현대어 풀이
붉은 바위 끝에(제4구 꽃으로 연결), (부인께서) 암소 잡은 (나의) 손을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하시지 않으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겠습니다.(정연찬 풀이)
이 노래의 작자는 노옹이고 서정의 대상은 수로부인이다. 암소를 끌고 가던 노옹은 누구인지 모르나, 수로부인은 자태와 용모가 빼어나게 아름다워 깊은 산, 큰 못을 지날 때마다 여러 번 신물(神物)에게 붙잡혀 갔다고 한다.
그런데 허영순(許映順)은 바다 용에게 납치되었다가 나온 수로부인의 옷에서 나는 이상한 향기는 약초의 향훈이나 신경과민 · 정신이상에서 오는 무적(巫的) 병을 가진 것이며, 미려하다는 수로부인 또한 때때로 무적 병을 일으키는 여성이라 하여 수로부인을 무당으로 간주하였다.
또한 안영희(安英姬)도 현대에 사는 무녀의 꿈에 벼랑에 있는 꽃을 신선이 꺾어 주더라는 꽃 꿈 이야기를 원용하여 수로부인의 이야기가 꿈이라 보고, 수로부인은 보통사람이 아니라 샤먼이요, 용궁에 들어 갔다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그것을 증명해 준다고 하였다.
노옹에 대하여 김종우(金鍾雨)는 소를 끌고 가는 노옹이니 다년간 잃었던 자기의 심우(心牛)를 붙들어 그 소의 고삐를 잡은 노인, 곧 자기법열(自己法悅)을 즐기면서 그립던 본가향(本家鄕)으로 돌아가는 운수(雲水)의 행객이요 선승(禪僧)이라 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인아구망(人我俱忘)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던지 미모의 여인 수로를 보자 남성으로서의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 데다가 공교롭게도 한 떨기 꽃을 원하는 애처로운 장면에 봉착하여 여인의 애원에 호응해 주는 동정심 깊고 자기를 희생하는 숭고한 성(聖)의 정신적 소유자라고 하였다.
그러나 김동욱(金東旭)은 『삼국유사;』의 본문에 노승이 아니고 노옹이라 하였으며, 노래의 형식 자체가 이른바 4구체가로서 사뇌가의 전형적인 형태에서 벗어났으므로 이를 사뇌가 계통에 넣는 것은 너무 심한 비약이라고 하였다.
김선기(金善琪)는 노옹이 끌고 가는 암소를 도교에서 “곡신(谷神)은 죽지 않으니 이를 일러 현빈(玄牝: 검은 암소)이라 한다.”고 하는 ‘검은 암소’로 보아 예사 늙은이가 아니고 신선이 분명하다고 하였다.
「헌화가」와 관계되는 수로부인은 성덕왕 때 강릉 태수로 부임해 가는 순정공의 부인으로 여러 번 신물에게 붙잡혀 갔었을 정도로 절세의 미녀였고, 그 자태는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였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한 천길벼랑 위의 철쭉꽃을 꺾고 또 가사를 지어 바친 노옹은 암소를 끌고 가던 사람이다.
이 암소는 생산능력을 가진 치부의 수단으로 보이며, 노옹은 물욕에 사로잡힌 완악한 완부(頑夫: 완고한 사내)로 보여, 꽃의 아름다움을 탐내는 수로부인에 대조시켜 볼 만한 촌로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탐미적인 미녀 앞에서 완악한 완부가 애정을 읊조린 서정시로 신라인의 미의식을 나타내주고 있다. 꽃을 향한 수로부인의 정서와 미인 수로부인을 향한 노옹의 정서의 대조가 미의 상징일 수 있는 꽃에 수렴되기 때문이다.
철쭉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는 붉은 바위와 손에 잡고 있는 암소의 대조로 물욕에만 사로잡힌 비린(鄙吝: 눈에 거슬릴 정도로 인색함)을 스스로 느낀 노옹은 숭고하리만큼 아름다운 꽃을 탐내는 절세미녀의 탐미심 앞에서는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대상에 투사하여 자기에게 나타낸 자기표출로서 미의 추구를 최고의 욕망으로 나타내었다.
그래서 노옹은 자기의 탐미심도 만약 허락된다면 미녀에게 꽃을 꺾어 바치겠다고 그의 감동한 심경을 노래한 것으로 신라인의 소박하고도 보편적인 서정시라 하겠다.
그런데 박노준(朴魯埻)은 이 노래의 연구사를 검토한 뒤, “다른 신라가요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쉽게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그렇지만도 않은 작품이 바로 「헌화가」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도 물론 소중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더욱 합리적이고도 심도 있는 천착에 있다고 하겠다.”고 하며, 문학적 해석의 경우, 지금의 고식적인 상태에서 시원스럽게 배상하며 민요나 고려 속요와 연계시켜 연구할 필요가 있고 뿐만 아니라 시경의 풍시(風詩)와도 비교 고찰하는 등 시야의 폭을 넓혀서 상고하면 의외의 소득이 있을 것이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