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金永壽)가 쓴 대표 희곡작품. 3막 4장. 작품의 배경은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직후인 1947년, 당시 서울의 외곽지대이던 성북동의 방공호(防空壕) 세대로 되어 있다. 등장인물은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세 개의 방공호 주민들과 그 인근 주민들로, 광복 직후의 혼란기를 살아가던 도시 빈민들이다.
특히 세 개의 방공호 중 두 곳의 주민이 월남한 피난민과 일제 징용에서 돌아온 동포라는 점은 이 작품이 세태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것과 깊은 관련을 가진다.
세 방공호의 주민들은 공통된 소망이 있다. 그것은 ‘거지 움 같은 이 땅굴생활’을 하루바삐 면해보자는 것이다. 깡통을 두드려 대야·두레박·남포 등을 만드는 것으로 생업을 삼는 깡통영감의 후처 옥매(玉梅)는 전처 소생인 복순(福順)을 기생으로 집어 넣음으로써 땅굴생활을 면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전처가 죽은 뒤 혼자 거북이를 키워온 털보영감은 거북이를 미군부대 고용원으로 보냄으로써 땅굴생활을 청산하려고 한다.
방공호에 사는 인물 중 원칠은 유일하게 고등교육을 받은 인물이지만, 땅굴생활을 면할 대책은커녕 병든 형수에게 약 한첩 지어줄 힘조차 없다. 그는 지나치게 큰 꿈을 추구하는 이상주의자로, 담배 목판을 메고 나가 나날의 생계를 해결하는 현실적 생활인인 형 원팔과 매사에 불화를 빚는다.
작품의 말미에서 거북이와 복순은 공장 직공이 되기 위하여 각각 아버지·어머니의 눈을 피하여 가출한다. 이들의 가출을 두고 옥매와 털보영감은 길길이 뛰지만, 깡통영감은 젊은 것들이 새 세계를 찾아나선 것이라고 위안한다.
한편, 현실과 이상의 갈등으로 대립하던 원팔과 원칠은 원팔의 아내 한씨의 죽음을 계기로 화해에 이르게 된다. 이상의 줄거리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광복 직후의 세태와 인정의 기미를 나타내는 데 주력하였으나, 그것을 넘어서 삶의 진실을 형상화하는 데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1948년 1월 극단 신청년(新靑年)이 박진(朴珍)의 연출로 동도극장에서 공연하였고, 1949년에 재공연되었다. 그 뒤 1969년 중앙예술극회에서 다시 공연되었다. 1948년 문교부 주최 제1회 전국연극경연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1963년한양영화사(漢陽映畫社)에서 김수용(金洙容)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제3회 대종상과 제1회 청룡영화상에서 여러 분야의 상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