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라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능가사 천왕문 내부에 안치되어 있는 4구의 사천왕상이다. 좌우 2구씩 목책 안에 안치되어 있는데, 천왕문 입구 왼쪽 앞쪽에 북방 다문천왕이, 뒤쪽에 서방 광목천왕이 배치되고, 오른쪽 앞쪽에 동방 지국천왕이, 뒤쪽에 남방 증장천왕이 배치되어 있다. 이 사천왕상 중 동방 지국천왕상에서 발견된 발원문과 능가사사적비 등에 이 사천왕상이 1666년(현종 7)에 조성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사천왕상이 안치된 천왕문은 정면 3칸, 측면 1칸의 규모로, 1995년 천왕문 해체 복원시 발견된 상량문에 의하여 1666년에 건립된 후 1824년(순조 24)과 1931년에 중건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천왕상은 나무로 제작되었고 서 있는 입상이 아니라 의자에 걸터앉은 자세의 의좌상(椅座像)으로, 높이는 450㎝이다. 머리에는 화려한 연화문이 그려진 원통형의 보관을 쓰고, 머리 양 옆으로 보관에 달린 끈이 휘날린다. 얼굴은 불법을 수호하기 위하여 험상궂은 표정을 하면서도 눈썹과 수염 등에서 부드럽고 해학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천왕상은 갑옷을 입은 무장형으로 어깨 위로 한 가닥의 천의(天衣)가 휘날리고 있다. 천왕이 든 지물은 북방 다문천왕이 당(幢)을, 서방 광목천왕은 용과 보주를, 동방 지국천왕이 비파를, 남방 증장천이 칼을 들고 있다. 이와 같이 조선 후기에 제작된 대형 사천왕상은 중국 원대와 명대에 갑옷을 입고 위협적인 얼굴을 한 용맹스런 장수의 모습에 비파, 용과 보주, 당, 탑 등의 다른 지물을 가지고 있다.
조선 후기 사천왕상은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사찰의 중창과 중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인조와 숙종 연간에 집중적으로 조성된다. 능가사 사천왕상의 특징은 다른 사찰에 봉안된 것보다 크고, 천왕문에 사천왕상을 배치한 방향이 다르다. 또한 동방 지국천왕 발 아래에는 동녀(童女)가 천왕의 왼쪽 다리를 받쳐 들고 있어 특이하다.
사천왕상의 조성 시기가 분명히 밝혀져 있고, 천왕문의 건립과 중건연대도 확실하여 조선시대 다른 사천왕상 연구에 기준이 되는 좋은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