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구는 지하의 마그마가 용암이나 화산가스로 지표에 분출하는 출구로서 화구 또는 분화공이라고 한다. 화산체에서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산정화구, 중앙화구, 측화구 등으로 구분된다. 분화 직후 출현하는 화구는 깔때기 모양에 가깝지만 시간이 지나면 화구벽이 붕괴되고 분화구 바닥이 메워져 사발 모양이 된다. 화구는 직경이 2㎞ 이하이며 수십~수백m가 보통이다.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산정부의 칼데라 안에 있는 랄레마우마우 화구는 지름이 1㎞로 알려져 있다.
화구호는 일반적으로 원형이며, 호안(湖岸)은 급경사에 가깝다. 중앙부는 평탄한 호저를 이루고 면적에 비해 깊이가 깊은 것이 많다. 물의 성분은 빈영양호(貧營養湖)가 대부분이고 온천과 분기(噴氣)의 영향으로 강산성이거나 다량의 염분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구호는 제주도 한라산의 백록담이다. 백록담 분화구의 크기는 장경 585m, 단경 375m이다. 화구저에서 가장 낮은 곳의 해발고도는 1,838m로 분화구 바닥까지의 최대 깊이는 약 111m이다. 이 분화구 동쪽 일부가 담수되어 호수가 형성된 것이 백록담이다. 백록담 화구호의 평상시 담수 면적은 16,000m², 수면 고도는 1,839m, 수심은 1~2m이다.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 분화구를 보기 위해서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탐방로 중 동사면의 성판악 탐방로나 북사면의 관음사 탐방로를 이용해야 한다. 백록담 이외에도 제주도 한라산의 기생화산 중에는 화구호가 발달한 곳이 몇 군데 더 있다. 물영아리오름, 사라오름, 물장오름, 물찻오름, 어승생오름, 동수악오름, 새미소오름, 금오름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물영아리오름, 물장오름, 물찻오름은 일년 내내 물이 고여 있는 습지인데 비해, 다른 오름들은 우기에만 습지에 물이 고여 있고 건기에는 바닥이 드러난다. 특히 동수악의 경우 분화구 중앙까지 목본류(木本類)가 침입하고 있어 거의 육화(陸化)된 상태이다.
물영아리오름은 수령악(水靈岳)이라고도 부르는데 물영아리라는 지명은 오름 정상에 늘 물이 고여 있는 분화구라는 뜻에서 비롯되었다. 물영아리 화구호는 람사르 습지에 등록되어 더 유명해졌다. 새미소오름에는 삼뫼소라는 화구호가 있는데 장경 170m, 단경 100m 정도의 타원형 호수로서 인근 이시돌 목장의 용수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라오름의 화구호는 백록담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화구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