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 106면, 1989년 민음사(民音社)에서 나온 이윤택의 세 번째 시집이다. 서문은 없고 3부로 나누어 「깽판」,「개꿈」, 「춤꾼이야기」, 「자유도시」, 「사람냄새」 등 5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으며, 뒤쪽에 자전적 시론 ‘나의 시론 : 시와 자유정신’이 실려 있다.
1952년 부산 출생. 1979년『현대시학』에 「천체수업」으로 등단. 시집 『시민』(1983), ‘밥의 사랑’ 등과 평론집 다수. 연극집단 ‘밀양연극촌’, ‘연희단 거리패’, ‘가마골소극장’ 등을 운영하면서 시업을 지속해온 이윤택의 시세계가 집약된 시집이다.
“슬픈 노래가 너를 천국에 데려다 주지 않는다// 슬픈 노래가 흐를 때 노래 지긋이 밟고 빙글// 멋지게 스테이지 한 가운데로// 이 세상과 우리 사이 발이 있다// 하나님은 발이 없지// 막달레나 마리아도 내 발을 닦아 주었다// 미스터 J 춤을 추세요//
당신의 발 너무 날렵해 날아다니는 것 같애// 나는 날지 않았다// 스텝을 밟으며 욕심없이 발자국 지우며// 슬픈 노래 가득 찬 세상 손을 내밀었지// 한 번 추실까요, 아가씨?(-「춤꾼이야기」)에서 보이듯 연희적 발상을 알레고리로 하여, 서정적 자아가 몸담고 있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투시한 시이다. “세상이란 슬픔이 가득한 곳, 슬픈 노래는 부르지 말아요. 당신이 슬퍼한다고 누구 하나 위로해 주지 않아요. 위로 받으려고도 하지 말아요. 그저 슬픔을 지긋이 누르고, 스테이지로 나와 춤을 추어요. 하나님은 발이 없지요.(정익진 해설)과 같이, 험난한 도전으로 일관한 세계를 온몸으로 헤쳐가는 자를 ‘춤꾼’으로 환유하고 있다. 이 시집에는 연극 연출가로서의 지난한 삶을 꾸려가는 이윤택의 체험과 시적 에스프리가 잘 융합되어 있다.
1980년대의 현실을 알레고리화하고 있는 시편들은 서정적 자아가 고민하고 있는 자기 안의 나태와 소외를 향해, 있는 힘껏 자기를 던지고 싶은 욕망을 환유하고 있는 시세계를 선보인다.
현대 정치사에 있어서 가장 큰 혼란의 시기였던 1980년대의 시대상을 시 속에 투영하면서 '해체'라는 방법을 통하여 연극과 시의 결합이라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품집이다.
『춤꾼이야기』는 1980년대를 이른바 게릴라적 정신으로, 근거지인 부산을 떠나 문화의 중심지인 서울로 옮겨 연극적 삶을 실험해온 이윤택의 연극과 시가 결합된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