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울 수 없는 노래

현대문학
문헌
창작과비평사에서 김정환의 시 「지울 수 없는 노래」 · 「취발이」 · 「탈」등을 수록하여 1982년에 간행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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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창작과비평사에서 김정환의 시 「지울 수 없는 노래」 · 「취발이」 · 「탈」등을 수록하여 1982년에 간행한 시집.
개설

B6판, 147면, 1982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되었다. 김정환의 첫 시집으로 3부로 나뉘어, 표제작인 「지울 수 없는 노래」를 비롯하여 「취발이」, 「탈」, 「성탄」, 「어느 무명 코메디안에게」, 「이태원에서」 등 66편의 시편이 수록되었으며, 권말에 김도연의 ‘발문(跋文)’과 저자의 ‘후기’가 실려 있다.

편찬/발간 경위

김정환은 1954년 서울에서 출생하였고,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1980년『창작과 비평』에 시 「마포강변 동내에서」 등이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이 시집은 채광석, 김사인등과 함께 ‘시와경제’ 동인을 결성하여 1980년 민중시단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간 김정환의 처녀 시집이다.

내용

‘시와경제’ 동인으로 참여하면서 1980년대 한국 민족·민중시단을 이끌어 간 대표 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어두운 군사독재 시절의 극복을 예감하는 희망의 노래와 민주의 제단에 바쳐진 젊음들에 대한 헌사를 담은 시집이다.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를 이끄는 감수성은 희망의 원리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육교를 건너며」에서 화자는 “나는 오늘도, 이렇게 저질러진 세상의/ 끝이 있음을 믿는다”고 털어놓은 뒤 “나의 지치고 보잘것없는 이 발걸음들이/ 끝남으로, 완성될 때까지/ 나는 언제나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즉 제3공화국에 이어지는 1980년대 어두운 군부 독재가 끝나고 밝은 새벽이 오리라는 믿음에 대한 시적 형상화이다.

“불현듯, 미친 듯이/ 솟아나는 이름들은 있다/ 빗속에서 포장도로 위에서/ 온몸이 젖은 채/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던 시절/ 모든 것은 사랑이라고 했다/ 모든 것은 죽음이라고 했다/ 모든 것은 부활이라고 했다”(-「지울 수 없는 노래」부분)

위의 시에는 ‘4·19 21주년 기념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것이 암시하듯, 온몸을 바쳐 독재의 아성을 무너뜨린 이들에 대한 기억제이며 나아가 민주의 제단에 바쳐진 이들의 희생이 갖는 의미에 대한 재해석이다. ‘모든 것은 죽음이라고 했다/ 모든 것은 부활이라고 했다’는 역설적 대비에 보이듯, 어두운 시절에 몸을 바친 이들은 민주주의라는 꽃으로 ‘부활’하리라는 시적 믿음을 담고 있다.

또한 김정환은 이런 선험주의적 신념에 입각한 시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군상들의 삶의 모습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시편들도 다수 선보이고 있다. 그의 데뷔작이기도 한 「마포, 강변동네에서」는 그 같은 양상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시인은 자신의 태생지이기도 한 ‘마포’를 환유로 하여 온갖 환난을 겪으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일궈가는 민초들의 삶에 대한 낙관적 사유를 펼친다. ‘떠내려가는 흙탕물은 한없어/ 영영 성난 바다만 같아 보이’지만, ‘질긴 생명의 씨앗이 제 안에서 꿈틀대’는 것을 목도한다. 이는 마포 사람들의 삶을 넘어 이 땅의 민초들이 삶의 신난을 이기고 깨끗한 새벽을 일궈가는 모습으로 확장된다. 『지울 수 없는 노래』의 시들은 어두운 시대의 터널을 넘어 새 세상을 민중의 힘으로 열고 마는, 희망의 원리를 떠받치는 이 유토피아적 사유를 담지한 작품집이다. 나아가 민중의 연대와 자기희생에 바탕한 공동체적 정서를 시적으로 형상화한 세계이다.

의의와 평가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는 1980년대 한국 민족·민중시를 대표하는 시집 가운데 하나이다.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당대 한국 시문학이 목격한 미적 긴장과 생동의 정점에 자리잡고 있다. 개인 정서 위주의 서정과 사전적 의미를 벗어난 자율적 언어의 사용에 따른 낯설게 하기의 정서에 침윤된 시세계는 아니다.

하지만 그의 시들은 어두운 시대에 직면하여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일신을 아끼지 않은 실천 정신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에 바탕해 있다. 또한 구호를 가급적 배제하고 구체적인 삶의 에피소드에 바탕한 시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점도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김정환을 탐미주의자랄 수는 없겠지만, 그의 화려하고 힘찬 말투는 드물지 않게, 의뭉스럽게, 탐미를 수행한다. 탐미가 데카당스나 요사스러움을 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지울 수 없는 노래』의 민중적 정서와 민중들의 삶에 대한 인상적인 묘사를 통하여 새로운 탐미주의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고 하겠다.

참고문헌

『지울 수 없는 노래』(김정환, 창작과비평사, 1982)
「시인공화국 풍경들〈2〉-'지울 수 없는 노래' 김정환」(고종석, 『한국일보』, 2005. 3. 9.)
집필자
박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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