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하늘 아래

현대문학
문헌
문학예술사에서 박희진의 시 「가을이 가난한가 인심이 가난하지」 · 「잡초의 노래」등을 수록하여 1979년에 간행한 시집.
정의
문학예술사에서 박희진의 시 「가을이 가난한가 인심이 가난하지」 · 「잡초의 노래」등을 수록하여 1979년에 간행한 시집.
개설

B6판, 135면의 시집으로 1979년 문학예술사‘현대시인선’의 하나로 발간되었다. 자서 성격의 ‘詩人은 말한다’와 오세영의 해설 ‘서민정신과 휴머니즘’이 시집 앞쪽에 실려 있고, 「가을이 가난한가 인심이 가난하지」, 「잡초(雜草)의 노래」, 「X레이 찍어봐야」 등 42편의 시작품들과 권말에 ‘시인의 자술(自述) 연보’가 붙여진 형태의 시집이다.

편찬/발간 경위

1931년 12월 4일 경기도 연천 출생 보성중학을 거쳐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55년 『문학예술』에 시 「무제(無題)」, 「허(虛)」, 「관세음상에서」 등이 추천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삶과 존재, 예술과 예술작품, 이성간의 사랑, 기행, 시사적 현실 등 다양한 세계에 대한 시적 관심을 표현한 여러 권의 시집을 발간했다. 이 시집은 『실내악』(1960), 『청동시대』(1965), 『미소하는 침묵』(1970), 『빛과 어둠의 사이』(1976)에 뒤이은 다섯 번째 시집으로 민요 가락과 민중 정서에 조응한 작품집이다.

내용

형식·내용·정서·언어 모든 것이 현대와는 거리가 먼 조선시대풍 민요집 형태의 시집이다. 전통 민요의 형식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있으면서도, 生에의 외경(畏敬)을 바탕으로 하는 상징적 표현을 구사한 작품이다. 가령 “꽃을 따르는/ 꿀벌의 입술을// 깊고 황홀한/ 못물에 스며드는 빛살의 눈을//피에 이끌리는/ 청동의 팔다리를// 불꽃 튕기는/ 목숨은 가락// 그 가락이 다하기까지는/ 어찌 할까나// 끊어질 듯 이어지는/ 샘솟는 사랑”(-「어찌 할까나」 전문)에 보이듯, 민중적인 리듬과 함께 대자연의 약동하는 생명에 대한 외경을 아우르고 있다.

그는 1960년대까지 불교 정신을 체현한 작품을 다수 선보였지만, 이 시집에서 소재가 지극이 일상적이 데까지 끌어내려진 점이 돋보인다. “너와 나 사이/ 술잔이 오고 가고/ 입에는 게거품을/ 뿜으며까지/ 횡설수설하나/ 아주 멀구나/ 너와 나사이/ 지구와 화성만큼/ 떨어져 있는 거야/ 시대가 어떻고/ 비평이 어떻고/ 말이 창피하지/ 너와 나 사이/ 술잔은 오고가도/ 사랑이 없어 그래/ 아집만 남은 나는/ 아귀가 되고/ 네 안의 굴이/ 술을 받아 마실 뿐인/ 너는 어느새/ 수라가 되어/ 둘 다 잡놈이다/ 캄캄 절벽이다”(-「사랑이 고갈한 잡놈의 노래」 전문) 이것은 시인이 진단한 1970년대의 자화상이라 할 만하다. 물질이 우선이면서 ‘술잔이 오고가’는 거래는 있지만 따스한 인간 간의 사랑은 날로 결여되어 가는 세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3·3 내지는 3·4조의 리듬을 변형한 현대적 가락을 빌어 뒷받침하고 있다.

“가을이 가난한가 인심이 가난하지/ 부자는 돈이많아 마음이 둔해지고/ 빈자는 돈이없어 마음이 멍들었네/ 이땅에 여유있는 사람은 없고말고/ 하늘을 무찌르는 빌딩은 솟건마는/ 인심은 땅속으로 꺼져서 안보이네”(-「가을이 가난한가 인심이 가난하지」 부분)에서 보이듯, 이 시집에서 박희진의 시적 소재는 지극히 평이한 일상으로 내려왔고, 민초들의 삶을 낭만적으로 그려내기보다 세태 비판을 통해 새롭게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의와 평가

박희진의 민요시집 『서울의 하늘 아래』는 개인보다는 공동체의식이, 내면(內面) 탐구보다는 외적(外的) 관심이, 영원성보다는 현실성이, 존재론적 문제보다는 생활의 보편적 경험이, 이념적 사유보다는 실천적 행동이 강조되고 있다. 박희진의 시세계는 서민정신에 기초한 폭넓은 휴머니즘과 공동체에 대한 따뜻한 신뢰 그리고 사랑으로 엮어진 것이며, ‘민중적(民衆的) 시심(詩心)’이야말로 박희진의 시를 연역(演繹)해내는 가설(假說)이라고 볼 수 있다.(오세영)

그의 시는 한국적 전통에 충실한 서정시를 지향하면서도 민중 정서에 바탕하여 보편적이며 한국적인 정서를 창조해 간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의 시적 관심사는 다양하지만 빛과 어둠, 절망과 희망, 육신과 영혼 등 삶의 근본적인 모순의 인식에 바탕을 두고 양자간의 갈등을 넘어 평화롭고 조화로운 세계를 모색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인간성을 긍정·옹호하고자 하는 그의 서정시는 한국 순수시의 전통과 닿아 있다.

참고문헌

『서울의 하늘 아래』(박희진, 문학예술사, 1979.)
「진여의그리움으로」(송명호, 『심상』, 1991. 10.)
「서울의 하늘 아래」(박재삼, 『한국문학』, 1980. 10.)
집필자
박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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