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와 불

현대문학
문헌
민음사에서 하재봉의 시 「강마을」 · 「취불놀이」 · 「병정놀이」등을 수록하여 1988년에 간행한 시집.
정의
민음사에서 하재봉의 시 「강마을」 · 「취불놀이」 · 「병정놀이」등을 수록하여 1988년에 간행한 시집.
개설

B6판, 196면, 1988년, 민음사에서 발행되었다. 서문은 없으며 「강마을」, 「쥐불놀이」, 「병정놀이」, 「49제」 등 8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뒤쪽의 김훈의 해설 ‘신 없는 사제의 춤’이 실려 있다.

편찬/발간 경위

1980년 겨울, 류시화, 박덕규 등과 《시운동》 동인을 결성해서 이후 80년대 활발한 시동인 활동을 하면서 펴낸 하재봉의 첫 시집이다.

내용

하재봉은 1980년대의 물질문명 및 어두운 시대 상황에 표면적으로 저항의식을 드러내기보다, 내면화된 불화 의식을 보여준 시인이다. 시집 『인개와 불』은 물질문명이 팽배한 세계와 유리된 시인 내면에 잠재한 불화 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한 뼘 내 가슴속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화산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모를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매일 매일/ 해질녘의 가지 끝에서 따먹는 태양이/ 하나의 씨앗도 남기지 않았으므로,/ 그리하여 아침마다 피어오르는 꽃의 이마에/ 핏발을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으므로,/ 물의 전설을 믿고 골짜기 낮은 곳에 모여/ 보이지 않는 숲을 이루고 있는 그대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내 지나가는 걸음 뒤로 쌓이는/ 저 어두운 산맥 속에 어떻게/ 쉬임없이 불의 씨앗이 심어지는지”(-「안개와 불」 부분)에서 보이듯, 군사독재의 칼끝에서 나온 냉기가 팽배한 가운데 3S를 중심으로 한 물질문명이 만연된 거리를 투시하고 있다. ‘화산’, ‘핏발’이라는 상징 시어를 통하여 화자가 몸담고 있는 세계를 환유하는 한편, 그 같은 현실에 대한 내면적 저항 의식을 ‘불의 씨앗’이라는 시어로 암시하고 있다.

어두은 시대 상황에 대처하는 그의 화법은 지극히 절제되어 있으며, 키치적인 정서를 동반하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저녁 산책」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이렇게 언술하고 있다. 즉, “갈수록 저녁산책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가을이 오기 때문이다./ 나는 맨발로 서회귀선을 밟고/ 저녁 해가,/ 지평선 위에 사형수의 목처럼/ 걸려있는 것을 바라보며 산책을 시작한다.// 읽고 있던 탁발승려의 시집은/ 나무책상위에 접어놓았다./ 이제 곧 이교도의 사원 위로/ 불타는 날개 이끌고 까마귀떼 돌아오리라/ 황혼의 종이 울려 퍼지면/ 단식일의 황금촛불이 켜지리라”라고 노래하고 있는데, ‘저녁 해가,/ 지평선 위에 사형수의 목처럼/ 걸려있다’는 구절을 통하여 비인간화된 세계에 대한 통렬한 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탁발승려’라는 시어를 세속화된 종교, 지식인의 세계에 대한 회의 의식을 드러낸다.

이 시집에서 선보이는 시들은 대부분 드라마틱한 스토리 구조와 함께 연광된 이미저리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이후 그가 『비디오 천국』 등의 시집을 펴내면서 영상문화에 심취해 갈 것을 엿보도록 해준다.

의의와 평가

하재봉은 1980년대의 척박한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행동적으로 보여준 ‘5월시’, ‘시와경제’ 등의 동인과 대척점에서 서서 개인의식에 바탕한 시작 활동을 견지한 ‘시운동’의 창립 멤버이다. 또한 날로 팽배화되어 가는 물질문명과의 갈등과 불화 의식을 키치적인 수법으로 지속적으로 형상화해온 시인이다.

시집 『안개와 불』은 그 같은 시대 상황에 대한 개인적 대응 양상과 내면 의식에 바탕한 불화 의식을 형상화한 작품집이다. 이 시집에서 하재봉은 비논리적이고 충동적이며 환상적인 시 내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편들은 서로가 서로를 받쳐 주기도 하고 엉켜들기도 하고 서로 삼투하거나 혹은 배척하면서 밀교의 만다라와도 같은 하나의 특이한 세계를 이룬다. 그것들은 세속의 다양한 물상들이 잇달아 등장하는 키치적 정서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불온한 시대와 팽배한 물질문명에 대한 불화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참고문헌

『안개와 불』(하재봉, 민음사, 1988)
「신 없는 사제의 춤」(김훈, 『안개와 불』 해설, 민음사, 1988)
집필자
박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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