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끝 되어

현대문학
문헌
문촌에서 박이도의 시 「침묵」 · 「가을 기도」 · 「겨울꽃」등을 수록하여 1980년에 간행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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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문촌에서 박이도의 시 「침묵」 · 「가을 기도」 · 「겨울꽃」등을 수록하여 1980년에 간행한 시집.
개설

B6판, 132면, 1980년 4월 도서출판 문촌(文村)에서 나온 박이도의 네 번째 시집. ‘시인의 말’과 문학평론가 김주연의 해설을 각기 책의 첫머리와 끝에 달고, 「沈默」, 「가을 祈願」, 「고요와 무료」, 「겨울꽃」, 「가을江」 등 54편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권말에 문학평론가 김주연이 집필한 해설 ‘박이도(朴利道) 시인( 詩人)과 그의 작품 개관(槪觀)’이 수록되어 있다.

편찬/발간 경위

1980년 4월 도서출판 문촌(文村)에서 나온 이후, 이듬해인 1981년문학예술사에서 ‘문학예술 현대시인선(文學藝術 現代詩人選) ; 14’로 재출간된 바 있다.

내용

“욕실에 든 여인을 위해/ 나는 창문을 연다// 싱그러운 바람-// 검은 빛깔 갈매기 처럼/ 바다로 날아가네// 여인의 머리카락에선/ 바다 바람이 인다// 젖은 입술 사이

흰 이빨이 파도처럼 다가온다// 아 보이지 않는 것/ 바람의 손끝이 그대를 어루 만질 때// 이미 나는 바람속의/ 한 마리 갈매기…”(「바람의 손끝이 되어」)에서 보이듯 명징한 이미저리를 동반 서정과 자아 탐구를 겸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시집 뒤에 해설을 쓴 김주연도 그 비슷한 느낌을 고박하고 있지만, 소의 그것처럼 한없이 맑고 순진하며 그래서 얼마쯤 겁먹은 듯한 그의 커다란 두 눈과, 단순하면서도 정직한 그의 표정과 말투는, 고민하고 교활해지기 전의 무구한 어린이를 연상시키고, 반사적으로, 그렇지 못한, 이제는 도저히 그럴 수 없는, 타락한 어른이 되어 있는 우리들을 발견하게 하는 사유가 깃들어 있는 시집이다.

“쓰여지지 않는 일기(日記)를/ 애써 써 보려고 한 밤을 새운다/ 하루를 되새김질하고/ 거기에 공상을 덧붙인다// 날씨, 친구 혹은 아내/ 어린 딸의 응석/ 신문, 바둑 혹은 한담(閑談)으로/ 나의 일기(日記)는 길어질 수도 있으나/ 이것들은 오늘/ 내 마음의 한 구석일 뿐/ 나는 씌어지지 않는/ 하루를, 그 정체를 찍어 두기 위해/ 밤 깊어 가는/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끊이다가 다시 이어지는/ 개구리의 울음에/ 내 헛된 삶을 얹어 보고/ 문밖에 얼핏 내 울음소리를 들어 본다”(-「쓰여지지 않는 일기」 전문)

위의 시에서 보듯 시인을 둘러싼 삶의 정경을 프리즘으로 걸른 듯 맑은 시선으로 걸러내고 있다. 아울러 밖이 아닌 자신의 내부로 눈을 돌려, ‘헛된 삶을’ 돌아보며 시인을 둘러싼 물상들에 더 많은 애정을 기울여야 하리라는 사유를 함축하고 있다.

“욕실에 든 여인을 위해/ 나는 창문을 연다/ 싱그러운 바람-// 검은 빛깔 갈매기처럼/ 바다로 날아 가네/ 여인의 머리카락에선/ 바다 바람이 인다// 젖은 입술 사이/ 흰 잇발이 파도 끝처럼 다가온다// 아, 보이지 않는 것/ 바람의 손 끝이 그대를 어루만질 때/ 이미 나는 바람 속의/ 한 마리 갈매기”(-「바람의 손 끝이 되어」 전문)

표제작이기도 한 위의 시에서 보이듯 탐미적 서정과 함께 시인이 몸담고 있는 삶을 새롭게 들여다보려는 시선이 명징한 이미저리로 제시되어 있다. 거창한 것보다는 잔잔한 일상에 밖보다는 시인의 내면을 향한 무구한 시선이 고스란히 옮겨진 시집이다.

의의와 평가

그의 시는 현실의 불안한 상황 속에서 자아발견의 시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민중의 함성 속에서 그 목소리를 얻고 있는 박이도의 시는 현실적 참여의식 속에서 자아 발견을 시도하는 것이다. 박이도는 순수 서정의 세계를 올곧게 그려냄으로써 ‘시가 철저하게 서정의 감성이어야 한다’는 시관을 일관되게 지켜왔다. 자연과의 접촉을 통해 ‘자연의 본성’을 통해 ‘정신의 본성’을 노래하여 범 자연관을 품고 인격적이고 초월적인 존재에 다가가려 한다. 감수성의 시학을 내세우는 시인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을 순수 성정을 미학적으로 공식화하려 노력해왔고 ‘시를 서정의 언어’로 정의함으로써 일체의 비서정을 제거하였다.

박이도의 서정시는 근대문명 자체를 아예 배제하고 유년기의 동화적 자연을 의식 속에서 절대화한 것이기에 그 세계에 대한 시정신의 지향성의 강도와 열도면에서 다른 서정시와는 구별된다. 말하자면, 자아와 세계의 합일은 박이도에게 있어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의 시 의식 전부를 지배하고 있는 생득적이고 선험적이고 운명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적 세계관인 것이다.

참고문헌

『바람의 손끝이 되어』(박이도, 문촌, 1980)
『반성과 성찰』(박주택, 하늘연못, 2004)
「순수 영혼의 고독하면서도 아름다운 비상- 박이도론」(문흥술, 계간 『유심』, 2002, 겨울)
「특별 대담/중진시인 박이도 선생을 찾아서-종교적 신념과 순수함 혹은 소망의 시인 박이도」(가영심, 『문예운동』, Vol.- No.76, 2002.)
집필자
박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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