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예수전 (←Jesus)

현대문학
문헌
실천문학사에서 김정환의 시 「황색예수전」 · 「서시」 · 「탄생의 서」등을 수록하여 1983년에 간행한 시집.
정의
실천문학사에서 김정환의 시 「황색예수전」 · 「서시」 · 「탄생의 서」등을 수록하여 1983년에 간행한 시집.
개설

B6판, 122면, 1983년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된 김정환의 두 번째 시집으로, 표제시 「황색예수전」연작을 담았다. 성년식, 행전(行傳), 부활의 3부로 나눈 다음, 각기 「서시」, 「세례 요한의 말」, 「탄생의 서」, 「회복기의 노래」 등 개별 소제목이 붙은 47편의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권말에 문학평론가 채광석의 해설 ‘김정환의 예수’와 저자의 후기가 덧붙여져 있다.

편찬/발간 경위

1982년 첫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를 출간한 이듬해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며, 이후로도 세 권의 속편 시집이 각기 1984년과 1986년에 출간되었다.

내용

1970년대와 80년대 시대 상황 속에서 민주화 제단에 투신한 이들의 삶을 예수의 생에 비추어 노래한 연작 시집. 시대 상황과 시인의 영혼의 교감을 담았다. 그는 시적 주체로 '나'를 내세우기보다는 '우리'라는 집단적 주체로 내세우고 있다. 이천 년 전 유대의 사내 예수의 생애를 한국적 역사와 현실에 대입한 독특한 시로, 이 시에서 예수는 고통으로부터 부활(승리)하는 민중이다. 작자는 이 시에서 우상 예수(반민중적 예수)를 파괴함으로써 황색의 수퍼스타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시집 ‘후기’에서 “이 글은 우상화된 예수, 우상화된 고통에 대한 고발이며 잘못된 성(聖)-속(俗)의 이분법적 개념 규정에 대한 수정작업이며, 현세 기복적 재별 종교의 반민중성, 미래 지향적 구원 종교의 관제적 반역사성에 대한 규탄이다. 그리고 가난한 민중들의 공동체 속에서, 쫓겨난 오늘의 예수를 확인하고,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의 어렴풋한 모험을 찾으려는 ‘의미 찾기’이다”고 밝히고 있다. 즉, 예수의 수난과 이를 극복해간 삶을 알레고리로 하여 시대의 참다운 인간상을 모색하고자 한 시도이다.

“그대는 살과 뼈와 피비린 인간의 모습./ 인간됨의 가장 비참한 모습./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그대는 하늘 그냥 늘 푸른 하늘일 뿐/ 그대 못박힌 손발의 상처에/ 갈수록 아픔이 생생한 살이 돋는 사랑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그대도 어쩔 수 없다,/ 힘은 그대를 다시 태어나게 하고/ 우리가 그대의 사랑을 확인할 때/ (그것은 항상 너무 늦었을 때)/ 그대가 확인하는 것은 우리의 돌아선 뒷모습./ 그것은 그대의 위대한 슬픔/ 그대는 슬픔의 시공을 초월하여 있으나/ 처절한 비참 속에 더욱 처절하게 있어/ 6·25전쟁이나/ 죽창, 도끼, 학살, 참상의 끝./ 세상이 그대를 버릴지라도/ 그대는 어쩔 수 없다 버리지 못하고/ 그대의 가슴은 그대를 버림까지 품고 있으니/ 그대의 거대한 포옹 속에서/ 그대를 버린 사람들은 가시처럼 그대를 찌른다”(-「황색예수전-서시」 부분)

위에서 보이듯 ‘6·25전쟁’으로 제유된 한국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 희생당한 민중들의 희생은, 부활하여 바른 역사의 밑거름이 된다는 사유를 형상화하고 있다. 최재봉에 따르면 “해방신학의 문법을 차용한 『황색예수전』에서 핵심을 이루는 낱말은 ‘사랑’이다.” 즉 김정환은 『황색예수전』을 통해 갈등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민중의 주체적인 삶이 구현되는 길을 다각도로 모색해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들의 사랑법은/ 시대의 가장 여린 풀잎으로 이 땅에 눕기./ 안타깝기. 서로 보듬기. 가장 몸서리칠 태풍의 예감으로/ 치떨기. 우리들 가장 여린 허리의 흔들림 덕택으로/ 서로 껴안기. 강하고 무딘 것들을 위해/ 미리/ 몸서리쳐주기.”(-「몸서리치는 노래」 전문)

“내가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사랑은/ 전쟁처럼 온다는 것이다/ 우리가 절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절망이 전쟁을 몰아오고/ 전쟁은 곧/ 사랑이기 때문이다”(-「행전(行傳)」 전문)

「몸서리치는 노래」와 「행전」은 각각 사랑의 상반된 두 측면을 노래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앞에 것이 사랑의 수동적 양태를 보여준다면, 뒤에 것은 그 능동적 파괴적 성질을 선언하고 있음이다. 죽음을 부활로 극복하고 수난을 승리로 바꾼 예수의 예에서 보듯, 그 두 가지 사랑은 서로 모순된다기보다는 상보적인 관계에 놓인다. 그렇더라도 『황색예수전』의 강조점이 사랑의 적극적 능동적 발현 쪽에 두어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사랑에 대해서」라는 시의 첫 줄 “나는 운동입니다”는 사랑의 역동적 성질을 단적으로 말해주거니와, 운동으로서의 사랑이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변혁운동을 가리킴은 물론이다.

의의와 평가

모더니스트인 동시에 현실 참여적이라는 점에서 김정환은 김수영의 직계라 할 수 있다. 그는 민족·민중 진영 시인들 가운데서 언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등 누구보다 지적인 면모를 갖춘 시인이다. 『황색예수전』은 단순한 현실 고발이나 저항 의지의 시적 발현을 넘어, 예수의 삶을 환유로 하여 이 시대에 진정한 필요로 하는 인간상은 무엇인지를 탐구한 작품이다.

아울러 민족·민중시의 폐쇄성을 탈피하여 다양한 기법과 영역으로 확장되어 갈 수 있음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작품집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황색예수전』(김정환, 실천문학사, 1983)
「시인을 찾아서-김정환」(최재봉, 『한겨레신문』, 2003. 6. 2.)
집필자
박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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