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욱이 6·25전쟁 후의 트라우마를 철조 용접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1961년 제1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후 국전으로 약칭)에 출품하였다. 오종욱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였고 1959년 제8회 국전에서 「패배자」로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하였다. 이어 「배신자의 딸」(제9회 국전, 1960), 「이단자」(제10회 국전, 1961)에서는 서사적 인체를 구사하였다. 1963년 제11회 국전부터 「혼」, 「어느 금요일의 변신」(1964) 등 철사와 용접을 이용하여 현대생활의 단면을 반성적으로 나타낸 작품을 보였다.
구상적이면서 철조를 통해 기계문명의 비인간적 상황을 표출한 오종욱의 작품 세계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의 작품을 중심으로 시기를 구분할 수 있다. 첫 시기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65년경까지의 시기로, 구상을 바탕으로 인체를 변형하여 가늘고 긴 팔을 특징으로 하는 특유의 조각어법을 보이는 때다. 두 번째 시기는 「허수아비」시리즈가 확립되고 「분신」시리즈가 나타나는 1975년경까지로, 이때는 다양한 인체의 변형을 보인다. 1976년 국전의 「분신 No.61」부터는 만년의 특징인 간략하며 단순한 매스를 형성하는 인체가 등장한다. 「이단자」는 인체를 변형시켜 트라우마를 표현하던 ‘분신’ 시리즈를 전개하기 이전의 작품이다. 6·25전쟁 후 당시 유행하던 기법인 용접조각으로 제작되었는데 고철과 철사를 꼼꼼히 용접하여 집적함으로써 인체를 형성하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체의 전체 부분을 갖춘 인물상이지만, 표면의 거친 마띠에르와 철사 형태에 용접으로 올려진 몸체의 볼륨은 전체적으로 비극적인 인간상을 창출하고 있다. 단발머리에 얼굴은 이목구비가 구분될 정도에 불과하고 팔은 몸통에 비해 가늘고 긴데 특히 손가락은 앙상한 뼈마디가 드러난 듯이 철사를 그대로 노출하였다.
인체를 통해 전후 사회의 불안감과 전쟁에서 살아남은 이로서 죽은 이에 대한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작가는 시대에 대한 증언, 화해할 수 없는 괴로움을 표출하였다.
[의의와 평가〕
피부의 거칠고 일그러진 표현은 앵포르멜 회화의 표현적 특징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으면서도 당시에 유행하던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구상적으로 인체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장에서 충격적인 죽음을 목격한 개인의 경험을 넘어 6·25전쟁을 경험한 세대의 집단적 트라우마로 작동하던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