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유채. 세로 62㎝, 가로 5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표현주의적인 대담한 필치의 이 초상화는 구본웅의 절친한 친구였던 시인 이상(李箱)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짧은 챙의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어딘가를 골똘히 바라보는 인물을 그렸다. 화면의 배경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가운데 검푸른 색조의 모자와 상의 또한 짙게 처리되었으며 얼굴과 코, 입, 파이프 부분을 흰색과 붉은색으로 강하게 대비시켜 인물의 인상을 극적으로 강조하였다. 빠르고 격렬한 필치와 단순화한 이미지는 근대기 지식인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풍자와 자조로 표현해냈던 시인 이상의 반항적인 내면과 괴팍한 성품을 잘 포착하고 있다.
감정을 표현하는 색채, 강하고 빠른 붓질, 얼굴에서 보이는 분할된 표현 등은 1930년대 우리나라에서 모더니즘적 기법으로 알려진 야수파와 표현주의적 경향을 종합하여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인물의 외형보다는 내면을 드러내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잘 표현되었고 시인 이상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구본웅의 대표작이 되었다.
서울 태생인 구본웅은 학창 시절 유화와 조각을 배우고 일본 유학을 통해 미술이론과 실기를 두루 공부하였다. 그는 표현주의를 비롯한 전위적인 미술에 관심을 가졌으며 전위적인 경향의 일본 이과전(二科展)에 출품하여 한국인 최초로 입선하기도 하였다. 어린 시절의 부상으로 평생 장애인으로 살았던 그는 현실비판적이며 반항적인 시인 이상과 우정을 나누며 예술관을 공유하였다.
1930년대 한국 표현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구본웅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시인 이상과 구본웅의 친밀한 관계를 입증하는 작품으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