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유채. 세로 73㎝, 가로 92㎝.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5월의 햇살에 만개한 사과꽃을 직접 관찰하여 그린 풍경화로, 오지호의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오지호의 기록에 의하면 이 작품은 1937년 5월 8일부터 3일 동안 사과밭에 머물면서 꽃이 피는 과정을 직접 관찰하며 완성하였다고 한다. 5월의 눈부신 햇살 아래 만개하는 사과꽃과 잎을 점묘적인 짧은 붓질로 처리하고, 밝은 색의 땅은 짧고 가는 선으로, 나무 줄기는 굵은 윤곽선으로 표현하였다.
오지호는 서양화 도입기에 일본을 통해 받아들인 절충적 인상주의를 극복하고 이를 한국적 감성으로 토착화시킨 대표적인 작가로 평가된다. 특히 1930년대 중반부터 김주경(金周經)과 함께 우리나라의 풍토에 맞는 인상주의를 추구하여 한국의 청명한 공기와 자연미를 밝고 투명한 색채 감각으로 표현하는데 주력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1938년에는 한국 최초의 원색화집인 『오지호·김주경 이인화집(二人畵集)』이 발간되었으며 「사과밭」은 이 화집에 수록된 작품 중 하나이다. 이 화집은 우리나라 최초의 원색화집이라는 의미와 함께 오지호가 추구한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의 성립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오지호는 우리나라의 자연에 대해 지극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접근하였다. 그가 추구한 한국적 인상주의는 빛에 대한 실증적 접근에서 나아가 우리나라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해 내는데 그 목표를 둔 것이었다.
이 작품은 1930년대 오지호가 추구한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원색화집인 『오지호·김주경 이인화집』(1938)에 수록된 작품 중 현존하는 두 점 가운데 한 점으로 자료적·미술사적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