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유채. 세로 65㎝, 가로 45㎝. 절두산순교박물관 소장. 기해박해(己亥迫害, 1839) 때 순교한 가톨릭 성녀(聖女) 김골룸바(김효임, 金孝任)와 아그네스(김효주, 金孝珠) 자매를 기리기 위한 성화이다. 화면 하단의 오른쪽으로부터 “지명 천주강생 1839(知命 天主降生 一八三九), 김골놈바 아그네서 형뎨동신치명, 1925 천주강생 복자(一九二五 天主降生 福者)”라고 쓰여 있는데 두 성녀의 순교날짜와 복자가 된 해이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한국 성화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장발의 대표적인 초기 종교화 중 하나이다. 장발은 1920년 일본 도쿄미술학교(東京美術學校)로 유학을 떠났다가 재학 중에 뉴욕으로 옮겨가 1925년에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 미술과를 졸업하였다. 같은 해 바티칸에서 열린 한국순교자 시복식(諡福式 : 신앙의 모범을 보인 고인을 복자품에 올리는 일)에 참석하고 서울로 돌아와 명동성당의 의뢰로 「14종도상(一四宗徒像)」을 제작하였다. 이때 알게 된 김요셉 보좌신부의 개인적인 요청으로 「김 골롬바와 아그네스 자매」를 그리게 되었다.
천주교 신자였던 두 자매는 기해박해 당시 관군에게 체포되어 갖은 고문 끝에 참수형을 받고 순교하였다. 두 자매를 기리는 이 성화는 1925년 복자로 인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1984년에 복자에서 천주교 성인(聖人)으로 시성(諡聖) 되었다.
화면에 나란히 선 두 인물 중 오른쪽이 언니인 김효임 골롬바, 왼쪽이 동생 김효주 아그네스인 것으로 여겨진다. 두 사람 모두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을 들고 있으며 언니는 ‘그리스도의 승리’를 상징하는 종려나무를 다른 손에 들었고, 동생은 참수되어 순교한 것을 상징하는 듯한 긴 칼 위에 손을 대고 있다. 두 자매는 한국의 성녀를 표상하듯 치마저고리에 갖신을 갖춘 단아한 모습이다.
이 성화는 제작 당시 장발이 심취하였던 독일 보이론(Beuron)파 미술에 영향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엄격한 초월성과 절제미를 통해 순교자의 성스러운 모습을 표현하는 이 양식은 두 성녀의 엄숙하고 초월적인 표정과 정적인 자세, 화면 가장자리의 장식과 하단의 문자구성 등에서 그 표현적인 특징을 드러낸다.
근대기 한국적 성화를 개척한 장발의 초기 대표작의 하나로 미술사적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