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리얼리즘(Social realism) 계열의 영화이다.
덕배(안성기), 춘식(이영호), 길남(김성찬)은 각각 서울 변두리 개발 지역의 중국집, 이발소, 여관에서 일하는 청년들이다. 미래에 대해 아무 계획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중, 덕배는 여공인 춘순(임예진)과 부유한 여인인 명희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다. 또한 길남은 미용사 진옥(조주미)을, 춘식은 면도사 미스 유(김보연)를 사랑하게 된다. 삶의 의욕이 되살아날 무렵, 덕배는 명희(유지인)가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길남은 믿었던 진옥이 자신에게 빌린 돈을 챙겨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게다가 춘식은 자신이 사랑하던 미스 유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돈 많은 김회장의 첩으로 들어가자 화가 치밀어 오른다. 결국 분노를 못이긴 춘식은 김회장을 칼로 찌른 뒤 감옥에 수감되고, 진옥에게 배신당한 길남은 군입대를 결정한다. 두 친구가 떠난 뒤 홀로 남은 덕배는 복싱을 배우기로 다짐한다. 쉬지 않고 바람이 불어오는 세상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싶은 것이다.
「바람불어 좋은 날」은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서울 변두리 지역을 배경으로 세 청년의 생활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1980년대 한국영화는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가 주목받았는데, 이 작품은 이러한 리얼리즘적 경향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유신정권 막바지에 대마초 사건으로 창작활동이 금지되었던 이장호 감독이 「바람불어 좋은 날」을 준비했던 기간은 10·26과 5·17 사이였다. 따라서 시골 청년의 상경기를 통해 여러 군상의 세태를 풍자적으로 담아낸 이 작품에는 구시대적 질곡들을 통렬하게 날려버리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을 표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사회적 문제의식의 표현이 제한되었던 시절에, 풍속도와 우화를 통해 산업화 시대 빈민들의 초상과 그 속에 도사린 구조적 모순, 계급의 문제를 건드리는 것 자체가 사회적 저항으로 간주되었다.
서울에서만 1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제19회 대종상에서 감독상, 제1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