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은 일반적인 선형적 서사에서 벗어난 실험적 구성의 작품이다. 소녀의 현재는 장씨의 관점에서, 소녀의 과거는 우리들의 관점에서 서술해나가면서 정신분열증에 걸린 소녀를 둘러싼 의문을 조금씩 풀어나간다. 특히 1980년 5월 광주에서의 경험으로 소녀가 느끼는 공포와 불안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 컬러와 흑백 화면을 혼용하여 사용하는 등 다양한 영화적 실험을 보여주었다.
한 쪽 다리를 저는 인부 장씨(문성근)를 정신분열증을 가진 소녀(이정현)가 따라 나선다. 소녀는 알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하고, 장씨는 그런 소녀에게 육체적으로 가학적 행위를 가한다. 두 사람의 기이한 동거 생활 속에서 영화는 조금씩 소녀에게 정신 이상적 행동이 나타나게 된 사건에 다가간다. 우리들(설경구, 추상미, 박철민)은 의문사한 친구의 기일을 맞아 광주로 향한다. 우리들은 친구의 가족을 찾아 나서지만 친구의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유일한 피붙이인 여동생마저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우리들은 김추자의 ‘꽃잎’을 맛깔스럽게 부르던 15세의 소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장씨는 홀로 무덤가를 헤매던 소녀에게서 끔찍한 사실을 전해 듣는다. 1980년 5월, 소녀는 어머니를 따라 광주의 시내의 시위대 대열에 동참했다. 하지만 총성이 울리고, 소녀는 총에 맞아 죽어가는 엄마의 손을 뿌리친 채 도망친다. 소녀는 다행히도 목숨을 건졌지만, 그 날의 충격과 엄마를 버린 죄책감에 정신분열증에 걸린 것이다. 의문사한 친구의 가족을 찾아 헤매던 우리들은 1980년 5월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친구의 무덤가에서 씻김굿을 펼친다.
「꽃잎」은 개봉 당시 두 가지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첫 번째는 당시까지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영화적 소재로 한 첫 개봉작이라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10대의 이정현이 보여준 뛰어난 연기였다. 이정현은 광주 민주화운동의 비극을 신들린 연기로 보여주면서 제34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우상과 제17회 청룡영화제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당시의 시대정신과 현실을 반영해 영화를 제작했던 코리안 뉴웨이브(Korean New-Wave)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