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에는 여섯 할머니가 함께 살아간다. 스스로 농사를 지으며 한글과 그림 등을 배우는 할머니들은 한 가지의 공통된 아픔을 지니고 있다. 일제 식민지 시절, 할머니들은 일본에 의해 위안부로 끌려갔다. 전쟁이 끝난 후 할머니들은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고향은 그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할머니들은 고향을 떠나야 했고, 이후 ‘나눔의 집’에 모여 그들만의 외로운 싸움을 벌인다.
평범하게 살 권리를 빼앗긴 채 몇 십 년을 살아온 할머니들은 좀처럼 아물지 않은 자신들의 상처와 울분을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는다. 일제 식민지라는 치욕의 역사가 남긴 상흔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희생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매주 수요일 정오, 일본군 ‘위안부’였던 할머니들과 그 지지자들은 일본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인다. 그리고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와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낮은 목소리의 시위는 매주 이어진다.
변영주 감독이 1995년 발표한 「낮은 목소리」는 제주도의 매춘 여성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1993)을 계기로 제작되었다. 변영주 감독은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촬영하던 중 자신의 어머니가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고백하는 한 매춘부를 만나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위안부 여성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낮은 목소리」는 기획단계에서부터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16mm 필름으로 촬영되었는데, 한국 다큐멘터리로는 최초로 일반 극장에서 개봉된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 작품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고, 작품의 성공을 통해 변영주 감독은 김동원 감독과 함께 한국 다큐멘터리를 개척한 감독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또한 이 작품은 일본 야마가타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오가와 신스케상을 수상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후 변영주 감독은 「낮은 목소리」2(1997), 「낮은 목소리」3(1999) 등의 연작 다큐멘터리를 발표하였다. 특히 「낮은 목소리」3(1999)에서는 감독이 할머니를 인터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할머니가 자신과 같은 아픔을 지닌 또 다른 할머니를 인터뷰하는 형식의 과감한 시도를 선보였다. 「낮은 목소리」 3부작은 가장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여성 현실을 역사적으로 접근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