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빈털터리 청년 허욱(신성일)은 사랑하는 지연(전지연)을 만나러 간다. 가정을 꾸릴 여유가 없는 허욱은 자신의 아이를 배고 있는 지연의 수술비를 빌리러 설계사무실의 친구와 주점에 있는 억만(김성옥)을 찾아가지만 거절당하고, 급기야 또 다른 친구 규제(김순철)의 집에서 시계와 돈을 훔친다. 의사는 지연의 몸에 병이 있어 낙태를 권유하고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이 이루어지는 동안 허욱은 병원을 나와 술을 마시고 살롱에서 만난 여자와 함께 주점과 포장마차를 전전한다. 만취한 허욱은 공사장에서 그녀와 정사를 나누지만 귓전을 때리는 교회 종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허욱은 지연이 수술 도중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연의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알리러 가지만 문전박대를 당한다. 공사장에서 뒤쫓아 온 규제에게 맞아 피투성이가 된 허욱은 어두운 밤 그녀와의 행복한 한때를 회상하며 거리를 내달린다.
유신(維新)으로 치닫기 시작하는 한국 사회의 답답하고 부조리한 분위기를, 낙태를 해야 하는 가난한 젊은 남녀의 비극적인 휴일 하루를 빌어 극적으로 담아낸 이 영화는 그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현대적인 동시에 당대 한국 청춘들의 우울한 현실을 뛰어난 예술적 감각으로 담아낸 수작이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의 어두운 내용이 검열에서 문제되자 영화사는 수정 요구를 거부하고 영화를 개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2005년 한국영상자료원을 통해 처음으로 발굴 상영되었으며 같은 해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이만희 회고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