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 이해로 대위(최무룡)의 부대에 인민군 장일구 소좌(신영균)가 귀순해온다. 귀순한 이유는 헤어진 연인을 찾기 위해서다. 그가 내민 사진을 본 이 대위는 장 소좌가 찾는 이가 바로 자신의 아내 고은아(엄앵란)라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이 대위는 정보 참모(남궁원)에게 장 소좌를 넘기고, 장 소좌는 인민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고은아를 만난다. 결국 그녀가 이 대위의 아내인 것을 안 장 소좌는 그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단념한다. 이 대위는 일선근무를 자원했다가 전사하고 장 소좌도 벼랑에서 몸을 던진다.
한국전쟁을 다룬 대부분의 전쟁영화는 남북한의 이념 대립을 다루며 전우애를 중심으로 한 남성연대의 드라마인데 반해, 이 영화는 엄연한 현실이지만 관념화되기 쉬운 동족상잔의 비극을 세 남녀의 운명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같은 여인을 사랑하는 남북한 두 남성 간의 독특한 교감을 그 중심에 두고 있어 동성 간의 멜로드라마로 독해할 수도 있다. 또 당시 대개의 반공영화와는 달리 인민군 소좌를 국군 장교 못지않게 인간적이며 헌신적인 인물로 묘사했다. 제4회 대종상 각본상(한운사), 제3회 청룡영화상 각본상(한운사), 남우주연상(최무룡), 제1회 대일영화상 작품상, 제1회 백마상 각본상(한운사), 제12회 아시아영화제 비극상을 수상했고, 제26회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제9회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 출품되었다. 주제가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곽순옥 노래, 한운사 작사, 박춘석 작곡)가 크게 흥행했다. 이 곡은 1984년 김기 감독이 리메이크한 「남과 북」에서 패티 김이 다시 불렀으며, 이산가족을 소재로 한 「길소뜸」(임권택, 1985)에 삽입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