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항상 물이 마르지 않는 화구호(화산 분화구가 막혀 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를 가진 오름이 10여 개 있는데, 물영아리오름은 이 중 하나이다. 물영아리오름습지는 제주도에서는 2000년에 최초로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2006년 10월 18일에 우리나라에서는 5번째, 제주도에서는 첫 번째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되었다. 등록면적은 309,000㎡이다.
물영아리의 ‘물’은 오름 정상의 못과 관계가 있으나 ‘영아리’의 뜻은 확실하지 않다. ‘영아리’의 ‘영(靈)’은 신령스럽다는 말을 뜻하는 한자어이고, ‘아리’는 ‘산’을 뜻한다는 의견도 있다.
물영아리오름은 산정 화구호로 인하여 일찍부터 주목을 받은 오름으로 고문서와 고지도에도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탐라지(眈羅志)』·『동국여지지(東國輿地誌)』·『제주대정정의읍지(濟州大靜旌義邑誌)』에는 수령악(水盈岳),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산장구마편에는 물영아리악(勿永我里岳), 『제주읍지(濟州邑誌)』에는 수령악(水靈岳), 『제주삼읍전도(濟州三邑全圖)』(1872년)와 『정의군지도(旌義郡地圖)』(1872)에는 수망악(水望岳), 『제주군읍지(濟州郡邑誌)』(1899)에는 수영알이(水灵謁伊), 『정의읍지(旌義邑誌)』(1899)에는 수영와리(水靈臥伊)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재의 지형도에는 수령산(水靈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물영아리오름은 산정 표고가 508m, 비고가 128m, 둘레가 4,339m, 저경이 421m이며, 동부 중산간지대의 표고 400m 지점에 위치한다. 이 일대 한라산의 완사면에 출현하는 이들 화산체들은 대부분 스코리아콘(scoria cone)으로 물영아리오름도 전형적인 스코리아콘에 해당된다.
화산체는 전체적으로 타원 형상의 원추형을 이루고 있으나, 동사면과 서사면 쪽으로 용암류가 돌출하고 있어 다소 불규칙한 형태이다. 스코리아콘은 투수성이 매우 높은 화산체이므로 사면에 지표류가 발생하기 어렵고 산정에 화구가 형성되어 있더라도 화구호가 출현하기 어렵다.
그러나 풍화작용과 매스무브먼트로 세립물질이 화구저로 유입하거나 토층이 발달하면 투수성이 낮아져 화구호가 출현할 수 있으며, 스코리아층에 끼어 있는 용암류와 스패터층이 국지적인 불투수층을 만들어 표면저류와 표면유출을 일으킬 수 있다.
물영아리오름습지에는 세모고랭이, 물고추나물, 보풀, 마름, 고마리 등의 습지식물이 뚜렷이 구분되어 나타나고 있으며 그 외에 누운기장대풀, 택사, 넓은잎미꾸리낚시, 가막사리, 올챙이고랭이, 바늘골, 꼴하늘지기 등이 비교적 많이 발견되고 있다.
수서곤충 18종을 포함해 5목 24과 47종의 곤충이 살고 있으며, 참개구리, 도마뱀, 유혈목이 등 8종의 양서·파충류가 서식하는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한다. 2001년까지 멸종위기야생동물 Ⅱ급인 물장군과 맹꽁이의 서식이 확인되었으나 그 후 조사된 사실이 없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분화구 안쪽에는 낙엽활엽수인 산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와 상록활엽수인 참식나무가 있다. 분화구 바깥에는 상록활엽수와 낙엽활엽수가 대부분의 식생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