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강원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모시 바탕에 채색. 세로 100㎝, 가로 84.5㎝. 월정사 성보박물관 소장. 운흥사 천룡도는 1755년에 천붕(天鵬)과 해천(海天)이 그린 신중도로, 용왕을 주존으로 건달바, 가루라 등 천룡팔부중이 표현되어 있다. 이 불화에서는 경전 판본화의 호법선신으로 등장하였던 위태천이 신중도의 도상으로 차용되어 있는데, 방제란에 위태천의 기능까지 상세히 서술되어 있어 위태천 도상의 수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불화이다.
삼척 운흥사(현 신흥사)에서 제작하여 봉안되었던 불화로, 강릉시 연곡면 유등리 백운사(白雲寺)로 옮겨져 봉안되어 오다가 1995년부터 월정사 성보박물관에 위탁되어 보관 중이다.
운흥사 천룡도의 주존은 용왕이다. 용왕은 손에 용뿔을 들고 흰 수염이 난 형상으로 묘사되었다. 용왕을 중심으로 화면의 오른편에는 사자관을 쓴 건달바와 명칭을 알 수 없는 무복을 입은 무장신들이 있고, 왼편에는 새의 날개를 지닌 가루라, 기타 여러 무장상이 표현된 것으로 보아 용왕을 포함한 8부중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용왕의 앞 화면 하단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일월관을 쓴 천자가 왼쪽에 있는 위로 솟은 빨간 머리의 신장에게 두루마리 경전을 전하고 있다.
이 불화의 중요 신중인 위태천은 화면의 상단 오른쪽에 화염에 둘러싸여 있다. 새깃털 장식이 있는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은 위태천은 팔 위에 보봉이 가로놓여 있는 위태천의 전형적인 형상이다. 위태천의 머리 옆으로 “동진보안보살(童眞普眼菩薩)”이라고 방기되어 있으며 그 옆의 붉은 방제란에는 “천룡팔부는 허공에 충만하고 가는 빛줄기에도 거하며 항상 부처님의 말씀을 수호하고 옹호하며 경전을 봉행하여 영구히 유통시킨다(天龍八部 滿虛空 都在毫光一道中 信守佛語 常擁護奉行經典 永流通)”고 쓰여 있다. 이는 원래 동진보살이 경전을 수호하고 봉행하여 영구히 유통시키는 원래의 역할을 적은 것이다. 이는 부처님의 말씀을 수호하는 그의 역할로 인해 신중도의 주요 도상으로 유입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운흥사 천룡도와 거의 동일한 모본은 1765년에 제작된 대적사 천룡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다. 이 작품은 성총(性聰)과 두훈(枓訓) 그렸다. 이들은 경상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승려로, 18세기 불화의 모본이 같은 화파를 통해 전승되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운흥사 천룡도를 제작했던 천붕(天鵬) · 해천(海天)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18세기 전반 천룡도는 제석도와 한 조로 조성되어 봉안되었던 불화로, 대체로 위태천이 주존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운흥사 천룡도는 동진보살이 주존으로 정착되기 이전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진보살은 경전 판본화의 호법선신으로 등장하였던 천신으로, 이 불화는 위태천이 18세기 중반 신중도의 중요 도상으로 차용되었던 초기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