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139㎝, 가로 71.4㎝.족자로 장황되어 있으며, 상단부터 표제, 그림, 좌목의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의 상단에는 “을축갑회도(乙丑甲會圖)”라는 표제를 적었다. 화면을 꽉 채운 건물 안에 사람들이 빼곡히 그려져 있다. 건물 안쪽의 중앙에 주인공인 동갑생 일곱 사람이 나란히 앉았다. 그림 아래의 좌목에는 변숙(卞淑)을 비롯한 참석자 7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러나 명단만으로는 참석자들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다. 이들의 후손가에 전하는 「죽립갑계기(竹林甲契記)」라는 기록에 이 동갑생들의 인적사항과 동갑회의 취지가 자세히 적혀 있다. 동갑회의 참석자들은 이후직(李後稷, 16241698), 변숙(卞橚, 16251695), 지성구(池聖龜, 16251702), 신영식(申永植, 16251694), 왕린(王潾, 1625~?), 민광도(閔光道, 16251713), 민광시(閔光時, 16261696) 등이다. 인물 묘사에는 동갑생들 간의 서열을 표시하기 위해 겹쳐 그리기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생일이 빠른 순으로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앉았는데, 앞쪽 사람의 일부가 뒤쪽의 사람을 약간 가리는 식으로 그려져 있다.
을축년인 1625년(인조 1)은 이들이 태어난 해이고, 동갑회를 가진 1686년(숙종 12)은 이들이 62세가 되던 해이다. 을축갑회의 구성원들은 젊은 시절부터 친분이 있어 30대 중반에 동갑회를 결성하였다. 그러나 자주 만나기 어려웠고, 모처럼 만에 모인 1686년의 동갑회를 기념하여 「을축갑회도」를 제작하였다. 그림 속의 동갑회가 열린 곳은 청주 인근의 보살사(菩薩寺)이다.
7명의 동갑생들은 모두 갓을 쓰고 도포차림으로 앉아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자유롭게 들고 있다. 부채, 책, 술잔, 담뱃대 등을 쥐었는데, 이처럼 경직되지 않은 자세는 화승(畵僧)들이 그린 고승진영(高僧眞影)에서도 발견되는 특징이다. 「죽림갑계기」에는 그림을 그린 화가가 청주 보살사의 화승인 의인(義仁) 화상(和尙)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을축갑회도」는 표현 양식으로 볼 때 서울에서 그려진 계회도의 전형을 충실히 따랐다. 의인 화상이 서울에서 전해진 계회도를 참고하여 그린 것이다.
동갑계는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성행하였다. 지방의 향반(鄕班)들이 중앙의 양반관료들 못지않게 공유한 계회가 동갑계였다. 동갑계의 확산은 계회도의 제작 관행을 동반하였으며, 그 결과 지방 화가들이 그린 계회도를 향반들이 선호하였음을 「을축갑회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