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필 「여산초당도」는 조선 후기, 화가 정선이 중국의 여산과 관련된 고사를 그린 관념산수화이다. 겸재 정선은 진경산수화로 유명하지만 관념산수화, 고사인물화 등에도 능하였다. 중국의 명산 여산에 초당을 짓고 은거한 인물 등을 그렸다. 과감한 적묵법과 수직준 등 진경산수화에 사용되던 기법을 관념산수에 응용하였으며, 웅장한 기세의 산수와 아담한 초당을 완벽하게 조화시킨 뛰어난 작품이다.
여산(廬山)은 중국 강서성에 있는 명산으로 광려산(匡廬山), 광산(匡山)으로도 불린다. 여산은 아주 유명하여 수많은 문인, 학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시선 이백(李白, 701762)의 여산폭포 시는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여산에 은거한 인물도 주나라 무왕 때 현자인 광속(匡俗),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 송나라의 학자 주돈이(周敦頤, 1017~1073) 등이 있다.
「여산초당도」의 오른쪽 위에는 "여산초당 겸재(廬山草堂 謙齋)"라는 묵서가 적혀 있는데, 정확하게 어떤 인물을 그렸는지는 당장 단정하기는 어렵다. 화면을 꽉 채운 역동적인 산의 형태는 정선의 특징인 왕성한 기세의 표현을 잘 보여준다.
꿈틀거리는 듯한 산줄기로 감싸인 작은 골짜기에 띠 지붕을 얹은 아담한 초당이 그려져 있다. 초당 안에는 한 인물이 앉아 있고, 주변은 무성한 대나무 숲, 소나무, 회나무 등이 둘러쳐 있다. 앞마당에는 학이 한 마리 놀고 있고, 네모난 연못에는 연꽃이 피어 있다. 연꽃은 「애련설(愛蓮說)」을 지은 주돈이와 연결될 수 있다. 마당에서 작은 돌다리를 건너 무성한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내려오면 큰 골짜기로 이어진다. 동자가 붉은 보따리짐을 지고 초당으로 올라가고 있다.
산의 역동적인 형태와 괴량감에 비해, 작은 초당과 연못, 인물 등은 장난감처럼 깔끔하게 그려져 있는 데도 불구하고 양자가 전혀 이질적이지 않게 잘 조화되고 있다.
비단 바탕에 담채로 그렸으며, 족자 형태이다. 크기는 세로 125㎝, 가로 68.7㎝이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정선이 관념산수화, 고사인물화에도 능했음을 잘 보여준다. 정선의 고사도 중 가장 대표작에 해당하며, 과감한 적묵법(積墨法)과 수직준(垂直皴)에서 보이듯 진경산수화풍을 관념산수에 응용한 대표적 예이기도 하다. 2017년 12월 26일 보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