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압은 주위보다 기압이 높은 곳을 뜻하며 지표면에서는 해면기압이 주위보다 높고 상층에서는 등압면 고도가 주변보다 높은 구역이다. 일기도상에서 주변보다 기압이 높은 곳을 고기압이라 하고 파란색을 사용하여 ‘H’ 혹은 ‘고’로 표시한다. 고기압 범위는 일기도상에서 중심을 둘러싸고 있는 가장 바깥 등압선까지라고 할 수 있지만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고기압의 직경은 수천km에 이르며 열대 저기압이나 온대 저기압보다 규모가 크다. 고기압에서 분리된 이동성 고기압은 규모가 작지만, 한반도는 동일한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기압(高氣壓)은 주변보다 기압이 높아서 공기가 중심에서 주변으로 발산하면서 바람이 시계 방향(북반구 경우)으로 불어 나간다. 지표면에서 밖으로 발산한 공기만큼 채우기 위하여 상층에서 주4를 형성하고, 상층에서는 하강한 공기를 채우기 위하여 주5이 발달한다. 중심에 발달하는 하강기류는 고기압의 중요한 특징으로 날씨를 맑게 한다. 고기압이 발달하려면 상층수렴(上層收斂)이 하층발산(下層發散)보다 강해야 한다. 지표면에서 발산하는 공기보다 상층에서 수렴하는 공기가 많아서 지표면 기압이 높아져야 고기압이 더욱 발달할 수 있다. 반면, 상층에서 수렴하는 공기가 하층에서 발산하는 공기보다 적으면 지표면 기압이 서서히 낮아지므로 고기압이 약화한다. 열적으로 형성된 고기압은 하층에서 냉각이 중요하다. 하층에서 냉각이 계속되면 공기가 쌓여 지표면에서 발산이 일어나므로 하강기류가 발달한다.
고기압은 상층의 강력한 수렴으로 발달한 하강기류나 지표면 냉각으로 주변보다 낮은 기온에 의해서 발달한다. 남북위 30° 부근은 주6에 의해서 강력한 하강기류가 발달하므로 주변보다 주7가 높아 구조적 고기압이 발달한다. 고기압 주변의 온도분포가 지표면에서부터 상층까지 온난하여 주8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열적 요인인 지표면 냉각에 의해 발달한 고기압은 구조적 고기압에 비하여 수평규모가 작고, 중심을 덮고 있는 공기가 주변보다 주9 주10이라고 부른다. 한랭고기압이 지표면 가열에 의해 변질될 경우 정체고기압(停滯高氣壓)인 한랭고기압 가장자리에서 고기압이 분리되어 이동하는 이동성 고기압(移動性 高氣壓)이 발달한다.
구조적 고기압은 주11으로 광범위하게 발달하는 하강기류 구역에서 형성되므로 수평 규모가 크고 수직 높이도 크다. 고기압 중심을 덮고 있는 공기가 주위보다 온난하여 온난고기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고기압(北太平洋 高氣壓)이 구조적 원인에 의해 발달한 고기압이다. 이런 고기압은 지표면에서부터 주12까지 주변보다 기압이 높아서 수직 높이가 크고, 중심이 거의 이동하지 않는다. 이런 구역을 주13라고 하며 주14과 주15 등 동서로 발달한 세계적 사막이 분포한다.
열적 원인에 의해 발달한 한랭고기압은 지표면 냉각의 영향을 받는 고도까지만 주변보다 공기밀도가 높아서 수직 높이가 작다. 한랭고기압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하층에서 냉각이 중요하다. 겨울철 동북아시아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주16은 강력한 지표면 냉각으로 형성된 열적 고기압이다. 시베리아평원은 겨울이 되면서 주17가 낮아져 주18이 감소하고 눈이 쌓이면서 주19가 높아지는 데다 주20도 작아 야간에 주21이 빠르게 일어난다. 냉각된 공기가 지표면에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공기밀도가 높아져 고기압이 발달한다. 주22에도 이와 비슷한 캐나다고기압이 발달하지만, 시베리아고기압에 비하여 규모가 작은 편이다.
지표 냉각에 의해 발달한 고기압은 지표면이 점차 가열되면 고기압 가장자리에서 분리되어 고기압이 이동하는 이동성 고기압이 발달한다. 시베리아평원과 주23는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뀔 때, 지표면이 빠르게 가열되므로 늦겨울이 지나면 시베리아고기압은 세력이 약화되어 가장자리에서 이동성 고기압이 쉽게 분리된다. 가을에도 시베리아고기압이 발달하지만, 지표면이 충분히 냉각된 상태가 아니므로 이동성 고기압이 쉽게 분리된다. 이동성 고기압은 규모가 작고 비교적 빠르게 이동하면서 주24 날씨에 빈번하게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 날씨는 거의 연중 이동성 고기압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봄과 가을철에 출현빈도가 높다. 이른 봄이나 늦가을에 이동성 고기압이 영향을 미칠 때는 풍속이 약하고 날씨가 맑다. 이때, 대기가 안정되어 있어서 농작물에 주25가 발달할 수 있으며 짙은 안개가 끼기도 한다. 중위도에 이동성 고기압이 동서로 위치하고 있을 때는 고기압 사이에 주26이 발달하지만 두 고기압의 성질 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기압골이 강하게 발달하지 않아 맑은 날씨가 지속된다. 고기압 중심이 남북으로 위치할 때는 북쪽 고기압은 한랭하고, 남쪽 고기압은 온난한 편이어서 사이에서 기압골이 강화될 수 있다. 겨울철에 두 고기압 중심이 육지에 자리하고 있으면, 야간에 각각 강화되면서 사이에 기압골이 발달하여 눈이 내리기도 한다. 한반도 겨울철 중부지방에서 새벽에 종종 볼 수 있는 강설(降雪)은 고기압이 남북으로 위치할 때 기압골에서 발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기압에서는 중심으로 갈수록 주30이 작아 바람이 약하고, 주변으로 갈수록 주31 간격이 주32 바람이 강하다. 바람이 약한 고기압 중심 구역에서 기온, 수증기량 등 물리적 성질이 일양(一樣)하고 광대한 공기덩어리인 기단이 발달하기 적합하여 기단은 주로 고기압 구역에서 발달한다. 중위도에 위치하여 광대한 기단 형성이 어려운 한반도는 고위도(高緯度)와 저위도(低緯度) 지역의 고기압 구역에서 형성된 기단의 영향을 받는다. 주33인 주34과 주35인 주36은 대부분 발원지 명칭에 해당하는 고기압 구역에서 발달한다. 시베리아기단은 시베리아고기압에서, 북태평양기단은 북태평양고기압에서 발달한다. 시베리아고기압이 확장할 때, 초반에는 한반도가 고기압 가장자리에 위치하여 기압경도력이 커서 바람이 강하다. 시베리아고기압이 강하게 확장할 때는 주37이 높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위치하는 저기압의 중심기압이 낮아 기압경도력이 크다.
이동성 고기압 영향을 받을 때는 대부분 한반도가 고기압 중심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서 바람이 약하다. 이동성 고기압은 규모가 큰 고기압 가장자리에서 분리되므로 중심기압이 낮은 편이어서 이동성 고기압 주변에서 기압경도력이 크지 않다. 고기압의 영향을 받고 있을 때에도 지역에 따라 구름이나 강수가 발달할 수 있다. 습기가 많은 공기가 산지를 만나 강제상승하거나, 대기가 불안정할 때 국지적으로 구름이 발달한다. 겨울철 시베리아고기압이 한반도로 확장할 때, 전라남북도 서해안에는 한랭한 공기와 해수면 사이 온도 차이로 발달한 구름에서 강설이 발생할 수 있다. 상층 온도는 낮은데 해수면에 가까운 하층 온도가 높아 대기가 불안정하여 주40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구름이 발달한다. 영동지방(嶺東地方)에서 고기압 영향을 받을 때에도 강설이 발달할 수 있다. 이동성 고기압이 한반도 북동쪽에 자리하고 있을 때, 고기압에서 불어오는 한랭한 공기와 따뜻한 동해 수온 사이의 온도 차이로 구름이 발달한다. 이 구름이 태백산맥에 부딪혀 강제상승하면서 두껍게 발달하면 많은 눈이 내릴 수 있다. 늦은 봄이나 여름철에 북동풍이 불 때, 영동지방에 내리는 강수는 한랭습윤한 성격의 오호츠크해고기압(Okhotsk海高氣壓)과 관련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름철에 한반도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받을 때는 대기가 불안정하여 소나기가 자주 내린다. 북태평양고기압 구역을 덮고 있는 공기는 안정적이지만, 쿠로시오난류(Kuroshio暖流)를 지나면서 하층이 가열되어 불안정한 상태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기 쉽다. 대기가 매우 불안정할 때는 지표면에서 가열 차이가 작아도 국지적으로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