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李瀷)의 백과사전 『성호사설(星湖僿說)』 중 「지구(地毬)」라는 글에 담긴 지심론(地心論)의 생각은 이익이 서양 지구설(地球說)과 전통적인 상하(上下) 관념의 충돌을 조정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17세기 중국에 거주하던 서양 예수회 선교사들이 소개한 서양 천문 지리학(天文地理學) 지식이 조선에 전해지자 학자들 사이에 이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는데, 특히 '땅이 공 모양'이라는 것이 뜨거운 쟁점이 되었다. 그 이전까지 동아시아 사람들은 대체로 사람은 평평한 땅 위에 사람이 살고, 그 아래를 물과 공기가 받치고 있다고 보았다. 이에 반하여 서양 지구설에 따르면 사람은 둥근 땅의 표면에 사람이 산다. 서양 지구설에 땅의 옆면과 아랫면에 사는 사람은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서양 천문 지리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이익은 이와 같은 비판으로부터 지구설을 옹호하기 위해 「지구」라는 글을 썼다.
이익에 따르면, 이미 남극관(南克寬, 1689~1714)이 지구설을 옹호하는 주장을 제기하였는데, 그는 달걀 위아래를 개미가 문제 없이 기어 다닐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도 지구 표면 모두에서 살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익은 이 주장에 “잘못으로 잘못을 비판”하는 논리라고 지적한 뒤, 지구 관념을 사람들에게 깨우쳐 주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전통적 상하 관념 자체를 교정하여 지구 중심을 향해 모여드는 인력의 관념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익은 “이는 마땅히 지심론으로 설명될 일이다. 지심(地心)에는 상하와 사방에서 모두가 안으로 쏠려 들어 온다. 지구같이 커다란 것이 중앙에 걸려 있으면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음을 보아 가히 추측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남극관의 지구설 옹호론에 대한 이익의 비판은 서양 과학에 대한 조선 학계의 이해가 18세기 전반기에 성숙해 가는 과정을 잘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