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립박물관소장. 1996년 경기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동파관을 쓰고 공수하고 서있는 정면형의 입상이다. 상체는 원형, 하체는 사각형으로 기하학적 형상으로 해석한 옷의 표현이 주목된다.
또한 이 상은 형식적인 관복본(官服本)이 아니고 비교적 자유로운 연거복(燕居服)임에도 불구하고 옷을 풍선처럼 부풀리고 과장하여 인물의 권위와 위엄을 강조하였다. 큰 옷 속에서 정면을 응시하는 얼굴은 가는 선묘로 자세하게 표현하여 생동감을 강조하였다.
더욱이 흑선과 백선을 섞어 그린 콧수염과 턱수염이 더욱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과 얼굴을 뒤덮은 긴 수염의 표현에서 「윤두서자화상(尹斗緖自畵像)」(해남 개인소장)과 같은 강렬함을 느낄 수 있다. 옷 선은 얼굴에 비하여 굵은 철선묘로 묘사하였다.
옷 주름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 가는 방사선형으로 나타내었는데, 이는 고려 이후의 전통적인 옷 주름의 표현방식이다. 옷 색깔은 탁한 갈회색으로 나타내었고, 허리를 두르고 양 끝자락이 배 가운데에서 매듭을 짓고 아래로 나란하게 내려온 검은색의 허리띠가 위엄이 강조된 이 초상을 더욱 정연하게 중심을 잡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언뜻 좌우동형으로 보여도 옷의 표현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른쪽으로 약간 쏠려 있는 변화가 감지된다. 좌우로 벌린 자세의 신발에는 녹색과 흰색의 점을 찍은 점묘법이 적용되었다. 얼굴의 부분과 일부분 옷의 색채가 썩었고 아랫부분이 약간 손상되었다. 인물의 개성을 한껏 살린 17세기 후반의 연거복 초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