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고려 문종의 넷째 아들로, 천태종을 세워 교단의 통일과 국가의 발전을 도모했던 대각국사 의천의 초상화이다.
화기에도 있다시피 이 영정은 승려 화가인 도일비구(道日比丘)에 의해 1805년에 수정·보완된 것인데, 옛 영정이 계속 중수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대각국사의 풍모가 잘 전신(傳神)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림에서 의천은 장식적인 의자에 앉아 오른쪽으로 몸을 틀고 있는데, 이 자세는 당시 보편적인 영정의 구도법을 보여준다. 오른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 긴 주장자를 살짝 잡으면서 의젓하게 앉아 있는 모습에서 대각국사의 내면세계를 적절히 묘사하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점은 영롱한 눈매, 듬직한 주먹코, 꽉 다문 입, 여기에 이마와 입가의 주름살을 그려, 학식과 수행이 높은 경지에 이르렀던 초로의 고승의 풍모를 잘 나타내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비교적 육중한 체구에 녹색의 장삼을 입고 이 위에 붉은 가사를 우견편단(右肩偏袒)으로 걸치고 있는데, 가사의 깃과 이음에 정교한 꽃무늬를 금선으로 그리고 옷자락과 띠를 날카롭게 날리게 한 점 등에서 이 작품의 격(格)과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조선 말기 영정의 특징은 물론 앞시대의 양식적 특징도 잘 전해주는 당시 최고 수준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