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바탕에 채색. 세로 187.5㎝, 가로 121.3㎝. 일본 지온원(知恩院) 소장. 현재 국내에는 고려시대의 오백나한도가 다소 남아 있는 셈이지만, 모두 한 폭에 나한 한 사람씩 그린 그림들이다.
반면 이 그림은 한 폭에 오백나한을 모두 그렸다는 점에서 이 그림의 특징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즉, 오백나한은 웅장하면서도 정교한 산수를 배경으로 각 나한들이 제각기 개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화면의 중앙에는 석가모니삼존좌상이 묘사되어 있다.
이 그림은 산수를 배경으로 하여 주인공을 배치하고 있는 점에서 지온원에 같이 소장되어 있는 관음삼십이응신도(觀音三十二應身圖, 1550)와 함께 조선시대 전기불화의 한 특징을 이루고 있다.
말하자면 산수 사이에서 자유분방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조선조 후기의 16나한도나 선종조사도(禪宗祖師圖) 등의 연원을 더듬어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형태 역시 활달하면서도 정교하게 잘 묘사하였는데, 각 신체의 윤곽선과 의습선들의 단순하면서도 먹의 효과를 최대한 살린 수법은 고려시대 오백나한도의 양식적 특징을 이어받고 있으면서 선종화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이러한 형태의 특징은 은은하고 장중한 색채로서 더욱 돋보이고 있다. 어쨌든 이 그림은 고려 불화양식이 강하게 남아 있는 조선 초기 불화의 특징이 잘 표현된 걸작이자 당시의 회화경향을 살필 수 있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