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바탕에 수묵 담채(水墨淡彩). 세로 32.8㎝, 가로 53.4㎝. 국립중앙박물관 소장(東垣寄贈品).
이 그림은 강세황이 송도(松都 : 지금의 開城) 지방의 명승고적을 여행하면서 사경(寫景)한 『송도기행첩(松都紀行帖)』 중의 한 점이다. 『송도기행첩』은 강세황의 회화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개성이 뚜렷한 그림들로 꾸며져 있다.
영통동은 개성 부근의 오관산(五冠山)에 소재한 명승이다. 선비 화가의 독자적인 풍경 포착과 참신한 격조를 함께 지닌 소략한 표현의 「영통동구도」는 영통동 입구에 거암들이 들어선 계곡을 그린 것이다. 우측 아래의 샛길에는 나귀 타고 탐승하는 자신과 뒤따르는 시동이 표현되어 있다.
대담하게 처리한 바위와 산의 경물(景物) 표현, 화흥(畫興)을 잘 살려낸 단순한 화면 구성, 청색·녹색·갈색·황색의 맑은 담채와 수묵의 필법 등은 설익은 듯하면서도 명랑하고 신선한 감각을 풍긴다. 더욱이 당시의 회화 경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채로운 묘법(描法)을 보여 준다.
특히, 바위의 선염법(渲染法)은 원근 개념을 부여한 미점(米點)의 산악 표현과 대조적으로 담채와 담먹을 묽게 혼용하여 입체감을 나타내었다. 이것은 전통적인 기법을 탈피한 혁신적인 화풍이다. 또한 『송도기행첩』의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원근법의 확실한 응용과 더불어서 서구적인 조형 해석(造形解析)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림의 좌측 윗부분에 쓴 기행문은 다음과 같다. “영통동 입구에 난립한 바위들은 어찌나 큰지 집채만하여 그 바위에는 푸른 이끼들이 끼어 있는데 눈을 깜짝 놀라게 한다. 전해 오기로는 못의 밑바닥에서 용이 나왔다고 하지만 믿을 만한 것은 못 된다. 이 넓은 장관은 정말 보기 드문 풍경이다(靈通洞口 亂石壯偉 大如屋子 蒼蘇覆之 乍見駭眠 俗傳龍起於湫底 未必信然 然環偉之觀 亦所稀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