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개념으로 사용되는데, 그 구체적인 용례를 보면 ‘가락덜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선율 또는 장식음(裝飾音)을 가리킨다.
「현악영산회상(絃樂靈山會相)」의 전 9곡 가운데 「상(긴)영산」·「중영산」·「세(잔)영산」 다음에 나오는 「가락덜이」 또는 「가락제지(加樂除只)」는 가락을 덜어낸 것이라는 우리 나라 옛 음악형식에서 온 말이다.
또한 「현악영산회상」 전 9곡에 이어서 연주하는 곡으로 「계면가락도드리」와 「우조가락도드리」가 있는데, 이는 우조와 계면조의 가락으로 된 도드리형식의 음악이라는 말로서 대칭적인 의미의 곡명으로 쓰이고 있다.
또, 『악학궤범』 권7의 현금·향비파·가야금조에 나오는 칠조(七調) 중에 한가락[一指]·두가락[二指]·세가락[三指]·빗가락[橫指, 四指]이 있는데, 여기서 가락은 일종의 조명(調名)으로 쓰였다.
즉, 『악학궤범』 권1의 악조총의(樂調總義)에 의하면 속악(俗樂)은 칠조만을 쓰는데 협종·고선이 궁(宮:基音)이 되면 한가락이라 하고, 중려·유빈이 궁이 되면 두가락이라 하며, 임종이 궁이 되면 세가락이라 하고, 이칙·남려가 궁이 되면 빗가락이라 하며, 무역·응종이 궁이 되면 오지(五指), 즉 속칭 우조라 하고, 청황종(淸黃鐘)이 궁이 되면 육지(六指), 즉 속칭 팔조(八調)라 하며, 청대려(淸大呂)·청태주가 궁이 되면 칠지(七指), 즉 속칭 막조(邈調)라고 한다.
특히, 낙시조(樂時調)가 한가락·두가락·세가락·빗가락을 포함한 낮은 음역의 가락을 가리키는 데 대한 대칭개념으로 앞에서 든 높은 음역의 가락들을 묶어서 우조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조명으로서의 가락이 있다. 또 가사(歌詞)의 반주를 할 때 대금이나 피리·해금 등이 그 노래의 선율을 따라가면서 반주를 하게 되어 있는데, 그것을 수성(隨聲)가락이라고 하고 있어, 이 점에서는 가락이 선율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요 중의 노래 곡명에서 쓰인 가락은 선율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이 밖에 가야금산조나 기타 다른 악기의 산조는 그 산조가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누구의 가락, 누구의 제(制), 누구의 유(流) 등으로 쓰이는데, 이때는 단순히 선율이라기보다는 선율형 또는 선율의 스타일을 의미한다.
또한, 잔가락이 많다든지 적다든지 하는 용례에서는 장식음 또는 시김새(표현기법)를 의미하기도 하고, 심지어 농악에서 리듬악기인 타악기의 꽹과리소리를 상쇠가락이라고 한다든지, 우도굿·좌도굿이라는 용어 대신에 우도가락·좌도가락 등으로 부르는 용례와 장구장단에서 원래의 장단대로 치지 않고 즉흥적으로 잔가락을 넣어서 친다고 할 때는 선율이 아닌 리듬의 변화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따라서 가락이라는 말이 우리 전통음악에서 어떻게 정의되어야 할지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즉, 음의 고저가 각기 다른 것들이 불규칙적으로 조화 있게 진행되는 것을 가락이라고 정의한다면, 국악기의 각 종류마다 가락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야금가락·거문고가락·피리가락·젓대가락 등 선율악기의 가락이 있어 선율과 장식음 내지는 시김새 또는 선율의 형태까지를 가리키게 되며, 가야금산조에서 박상근(朴相根)의 가락, 김윤덕(金允德)의 가락, 강태홍(姜太弘)의 가락, 한성기(韓成基)의 가락이라는 말은 각 연주자에 따른 유파별(流派別) 산조의 특징이나 토리(idiom)를 가리키며, 이 말은 박상근·김윤덕의 유, 또는 박상근·김윤덕 등의 제란 말로도 쓰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상의 여러 가지 예로 미루어 우리 전통음악에서의 가락이란 서양음악의 단순한 멜로디라는 개념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개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