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家人)은 한 가정의 사람들, 곧 가족을 말한다. 가인괘는 『대학(大學)』의 용어를 빌리자면 ‘제가(齊家)’, 즉 가정을 다스리는 방도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는 괘이다.
괘상을 보면 장녀인 손괘(巽卦)가 위에 있고 중녀인 이괘(離卦)가 아래에 있어서 위계질서가 분명하며, 두 개의 음효인 2효와 4효가 정(正)을 얻고 있는데, 이것은 가정을 평화롭게 유지하는 데에는 엄격한 질서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여자의 올바른 마음가짐과 행실이 중요함을 상징한다. 괘사에서 “가인은 여자가 올바름을 지키는 것이 이롭다.”고 말하고, 주희(朱熹)가 “안이 올바르면 밖이 올바르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대학』에서 ‘제가(齊家)’의 전 단계로 ‘수신(修身)’을 설정했듯이 가정을 바르게 다스리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수양하는 일은 「대상전(大象傳)」에서 “바람이 불에서부터 나오는 것이 가인이니, 군자는 가인괘의 괘상을 본받아 써서 말에 실상이 있으며 행동에 변하지 않는 법도가 있다.”고 하였듯이 언행을 삼가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가정을 다스리는 궁극적 목적은 가정윤리를 확대하여 천하를 화평하게 다스리는 데에 있다. 「단전(彖傳)」에서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우며, 형은 형답고 아우는 아우다우며, 남편은 남편답고 아내는 아내다워야 가정의 법도가 바르게 될 것이니, 가정을 바르게 하면 천하가 안정된다.”고 한 것은 이점을 지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