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괘는 팔괘 가운데 물을 상징하는 감괘가 두 개 겹쳐져서 이루어진 것이다. 감(坎)은 본래 ‘구덩이’를 의미하는데, 괘상을 보면 양효가 음효 사이에 빠져 있는 형상이므로 ‘빠지다(陷)’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험난하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감괘가 중첩되어 있으므로 이 괘는 험난함이 중첩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상징한다. 3효에서 “오며 가며 빠지고 빠져 험난하여…”라고 말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괘사에서 “습감(習坎)은 믿음(孚)이 있어 오직 마음으로 형통하니 진실한 믿음의 마음가짐으로 행한다면 가서 공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험난한 상황이 중첩되어 있으나, 내적인 진실성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즉 감괘는 험난함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4효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효사를 보면 “한동이의 술과 한그릇의 밥에다가 질그릇을 쓰고 창문으로부터 간략하게 드리는 것이니 마침내 허물이 없으리라”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동이의 술과 한그릇의 밥’은 검소함을 상징하고 질그릇은 꾸밈없는 진실함을 상징한다. 검소함과 진실함이야말로 험난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최상의 방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