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괘는 양효(陽爻)로서만 이루어진 순양괘(純陽卦)이다. 건이라는 글자는 생명력을 의미하는 글자로서 천(天)이 하늘의 형체를 그린 글자라면 건은 하늘의 성격과 본질적 기능을 의미한다.
설괘전(說卦傳)에는 “건(乾)은 건(健)이다.”라 하였다. 정이(程頤)가 “건장하여 쉼이 없다.”라고 풀이한 것은 바로 천이 끊임없이 만물을 창조하는 생명력의 근원임을 말한 것이다. 설괘전에 의하면, 건은 하늘·아버지·군주·머리·둥근 원·말 등을 상징한다고 되어 있다.
건괘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구절이 괘사(卦辭)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이다. 이것은 봄·여름·가을·겨울 네 계절의 변화로 대표될 수 있는 천도(天道)의 전개과정으로서 만물의 생장수성(生長遂成)을 의미하는 동시에 인간에게는 인·의·예·지의 네 가지 덕(德)이 된다.
이것은 천도와 인성(人性)의 강상(綱常)이라고 할 수 있다. 천도의 전개과정과 그에 따르는 인간의 당위를 연계시켜 설명해주는 것이 효사(爻辭)이다.
초효(初爻)부터 상효(上爻)까지의 여섯 효는 용으로 상징된 양기(陽氣)가 웅크려 숨은 상태로부터 밖으로 드러나 비약의 과정을 거쳐 극한에 도달고, 다시 원상으로 복귀한다는, 이른바 극즉반(極則反 : 극한 상황에 도달하면 다시 돌아온다.)의 논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약용(丁若鏞)은 건괘의 상효가 동(動)하여 음효로 변하면 쾌(夬)괘가 되는데, 잡괘전(雜卦傳)에서 쾌의 뜻은 결(決)로 설명된다고 한다. 즉 여섯 개의 양효로 상징되는 충만함이 곧 결궤(決潰)됨을 의미한다고 하여, ‘극즉반’의 원리를 상수론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천도의 운행법칙이며, 인간은 그것을 근거로 하여 윤리적인 도덕법칙을 정립시킨다. 상전(象傳)에서 “천도의 운행은 건장(健壯)하니 군자는 그것을 본받아 스스로 강건하여 쉼이 없다.”라고 한 것은 바로 이 점을 말한 것이다. 이상과 같이 건괘는 천도와 인도의 본질을 의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