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문학예술(文學藝術)』 1·2합병호에 발표되었고, 이 작품으로 자유문학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발간된 두 번째 창작집의 표제 작품이기도 하다.
인간 내면에 있는 콤플렉스 현상을 다룬 심리소설이다. 여주인공 오리골 큰기와집 딸 ‘전아’는 완고하고 유서 있는 집안 출신으로 연약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러나 집안의 어떤 추문 때문에 충격을 받는다.
이 집안의 최대의 추문은 아리따운 용모를 지녔던 그녀의 작은고모가 행실이 부정해서 욕된 씨를 지으려다가 철창 신세까지 졌다는 사건이다. 과부가 되어 친정살이하는 큰고모는 자기 동생인 작은고모의 죄에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여 집안을 온통 죄의식에 잠기게 한다.
죄의식에 민감한 기독교 집안에서 이러한 분위기는 마침내 죄의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이유로, 열한살 난 전아를 재판정에까지 끌고 가 결국 푸른 죄수복을 입은 작은고모의 모습을 보게 한다.
이때의 충격은 전아가 성장하여 작중 화자인 ‘나’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다시 충격이 된다. 이때 전아가 생각한 사랑은 단순한 본능의 차원이 아닌 어떤 의미라든가 가치였다.
‘나’의 하숙에서 전아와 ‘나’는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보았고, 돌아나오던 길에 전아는 여자 죄수들을 태운 호송차를 우연히 발견하고 “숨겨주세요.” 하며 ‘나’에게로 쓰러진다. 실신상태에서 깨어난 그녀가 처음으로 입에 올린 말이 “······죄가 무서워”라는 속삭임이었다.
사랑의 의미의 허무함, 환경이 준 상처로 인한 충격 등으로 미국 유학 ‘비자’가 무의미해지고 ‘나’ 또한 가난으로 인한 열등감 때문에 필요로 했던 ‘비자’의 무의미함을 전아의 좌절을 통해 알게 된다.
대체적으로 어둡고 차갑고 사색적인 어조로 한 집안의 분위기와 죄와 사랑의 의미를 서술하고 있는 이 작품은 ‘비자’라는 일종의 허영과 가식의 표상이 힘없이 무너지는 것을 통해 그것들의 본질을 암시하고 있다. 전아한 문체로 삶의 아픔이나 무의미성을 그린 작가의 작품세계가 잘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