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 ()

인문지리
개념
도시의 무질서한 팽창을 억제하기 위하여 국토교통부에서 도시개발을 제한하도록 지정한 구역. 그린벨트.
이칭
이칭
그린벨트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의
도시의 무질서한 팽창을 억제하기 위하여 국토교통부에서 도시개발을 제한하도록 지정한 구역. 그린벨트.
개설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주변지역을 띠 모양으로 둘러싸는 형태를 이룬다. 개발제한구역은 지정된 지역의 형편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공통된 목적을 지닌다. 첫째로 도시로의 인구집중을 억제하여 도시과대화를 방지한다. 둘째로 녹지대의 형성, 자연풍치의 환경조성 및 보호, 상수도 수원보호,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 확보, 비옥한 농경지의 영구보전 등을 통해 자연환경을 보전한다. 셋째로 대도시 공해문제가 심화되는 것을 방지한다. 넷째로 위성도시의 무질서한 개발과 중심도시와 연계화 되는 것을 방지한다. 다섯째로 안보상의 저해요인을 제거하고 중요시설물을 보호한다.

개발제한구역은 결과적으로 녹지대의 형성, 자연풍치의 환경 조성 및 보호, 상수도 수원 보호, 오픈 스페이스 확보, 비옥한 농경지의 영구 보전, 도시 공해문제 심화 방지, 위성도시의 무질서한 개발과 중심도시와의 연계방지 등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개발제한구역은 영국 및 여타 국가의 개발제한구역 설정목적과 대부분 일치하나, 국방상의 이유가 포함된 것이 다르다.

연원 및 변천
  1. 연원

개발제한구역라는 용어는 1898년 영국의 도시개혁운동가인 하워드(Howard)가 제시했던 전원도시(Garden City)의 개념에서 유래한다. 영국은 산업화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발전을 이룩했지만 각종 도시문제로 고통을 겪었다. 하워드는 1898년 자비로 출판한 유명한 저서 『내일의 전원도시(Garden Cities of To-morrow)』에서 도시생활의 편리함과 전원생활의 신선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이상적인 전원도시를 구상하였다. 전원도시는 도시, 농촌, 도시-농촌혼재지역을 3개의 말발굽 자석에 비유하여 그 이해득실을 비교한 후 도시와 농촌의 이점을 취하자는 것이다. 전원도시의 공간규모는 넓이 40㏊와 주위농경지 2천㏊로서 3만 명은 도심부에 거주하고 2만 명은 농촌에 거주시키기로 계획되었다. 중심도시는 5만8천명 규모이고, 3만2천명의 위성도시를 주위에 6개 배치하여 전체인구는 약 2만5천 명이 되는 것으로 구상되었다. 그는 1903년 런던에서 북쪽으로 54㎞ 떨어진 시골에 레치워스(Letshworth)라는 첫 번째 전원도시와 1919년에 런던에서 30㎞ 떨어진 곳에 두 번째 전원도시인 웰윈(Welwyn) 건설에 착수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타계했다. 그 후 두 도시는 건설되어 오늘에 이른다.

  1. 외국의 개발제한구역 변천

영국에서는 1935년 런던도시계획위원회에서 런던 주위에 개발제한구역을 설치하자고 제안했으며, 1938년에는 개발제한구역법(Green Belt Act)이 제정되었다. 1944년에 아버크롬비(Abercrombie) 교수가 성안한 대런던계획에서는 런던 주변지역에 폭 10∼16㎞의 개발제한구역을 설정하고 개발이익의 환수를 법제화하였다. 1947년에 도시 및 농촌계획법(Town and Country Planning Act)을 제정하여 지방정부에서 지역개발을 시행할 때 개발제한구역을 포함한 개발계획의 수립을 의무화하였다. 이러한 법제화가 가능했던 것은 2차 대전 직후 정부의 권한과 기능이 막강해졌기 때문에 개발권을 국유화해서 개발허가제를 골자로 하는 강력한 계획제도를 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55년에 계획정책지침 2호(Planning Policy Guidence II)를 제정하여 개발제한구역 제도를 확립한 후, 런던 이외의 지방정부별로 개발제한구역 설치를 확대하면서 현재까지 시행중에 있다.

영국은 14개 권역에 15,557㎢의 개발제한구역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토 전체 면적의 12%가 개발제한구역이다. 개발제한구역 지정 후 해제와 신규지정 등으로 변화가 있었다. 1970년대 이후 지역주민의 요구에 의해 개발제한구역 면적이 2배로 증가했다. 예를 들어 1974년의 런던 대도시권의 개발제한구역은 3,031㎢이었으나, 1993년에 와서는 8,456㎢로 늘어 2.8배가 증가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개발제한구역 주민들은 대부분이 중산층인데 이들은 자연 상태의 개방성(openness)을 선호하여 개발제한구역의 보전을 강력히 지지한다. 둘째로 개발제한구역내 대토지소유자는 농부, 왕실, 주택사업자 등이나 이들의 수효는 상대적으로 소수이다. 이에 지방의회에서는 개발제한구역내 유권자의 다수를 점유하는 중산층의 요구를 들어 주어 개발제한구역의 보전을 지지하고 있다. 셋째로 일반시민이나 개발제한구역을 보호하려는 시민환경단체들도 개발제한구역을 보전하려 하기 때문에 영국의 개발제한구역은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중앙정부의 환경교통성에서는 기본적으로 개발제한구역을 보전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절대적 보전보다는 장기적으로 주택문제 등 다른 지역정책과 연계하여 필요한 경우 구역 조정을 시도하는 등 융통성 있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1891년 아디케스법을 제정하여 토지이용규제와 개발이익의 국가 환수를 처음으로 제도화하였다. 독일은 선진국 중 가장 강력하게 개발규제를 시행하는 나라로 전 국토를 ‘개발허용지역’과 ‘개발억제지역’의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개발허용지역은 시가지구역이나 지구상세계획이 설정된 지역이기 때문에 독일의 전 국토는 사실상 개발을 제한하는 개발제한구역에 해당 된다.

프랑스의 토지이용제도는 국토 전반에 걸쳐 통일된 지침을 주는 국토정비계획이 있고, 그 밑에 도시계획과 농촌계획이 있다. 토지의 용도를 크게 건축이 가능한 지역과 건축이 제한된 지역으로 구분하여 농지와 임야의 무질서한 개발을 방지하고 건축적 토지이용과 도시개발이 계획된 범위 내에서 수행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국은 규제성을 갖지 않는 개발권양도제(TDR: Transfer of Development Right)를 두고 있다. 개발권양도제는 임의지역에서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인구증가가 이루어질 경우 해당 지역의 개발권과 이용권을 분리시켜 지역문제를 해결하려는 제도이다. 개발권양도제에 따르면 토지 이용권은 토지소유주에게 남겨두되 개발권은 공공기관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개발권을 공공기관에게 이양하는 것은 공공선을 위해 환경과 경제면에서 불건전한 토지이용과 개발을 배제하기 위해서이다. 이때 공익 우선의 규제조치로 손해를 보게 되는 토지소유주에게는 적절한 손실보상이 이루어진다. 이 제도에 따르면 공공녹지를 보전하기 위해 녹지보전지구 내에서는 농경과 제한된 위락용도 이외의 그 어떠한 개발도 규제된다.

일본은 1956년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제정하여 개발제한구역 적용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 제도에 대한 사전 준비가 미비하여 관리상의 허점이 많이 노출되었다. 이에 1965년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개정되었는데 이때 개발제한구역에 관한 규제조항이 많이 완화되었다. 1968년에 도시계획법을 개정하여 개발제한구역 성격을 지닌 ‘시가지화조정구역’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시가지화조정구역’의 개발허용 범위가 너무 넓어 일본에서의 개발제한구역 제도는 사실상 폐지된 상태이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아연방공화국 등은 명칭은 약간씩 다르지만 대부분 개발제한구역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네덜란드, 러시아 등에도 개발제한구역과 유사한 녹지대가 설치되어 있다.

  1. 우리나라 개발제한구역의 변천

우리나라는 도시의 평면적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한편, 안보상의 정책적 실천수단으로 개발제한구역 제도가 도입되었다. 1971년 1월 19일 도시계획법을 개정하여 ‘개발을 제한하는 구역’을 지정 할 수 있게 하였다.

개발제한구역은 1971년 7월 30일서울을 시작으로 하여 1977년 4월 18일여천지역에 이르기까지 8차에 걸쳐 대도시, 도청소재지, 공업도시와 자연환경 보전이 필요한 도시 등 14개 도시권역에 설정되었다. 우리 나라 개발제한구역의 총 면적은 5,397.1㎢로서 전 국토의 5.4%에 해당되며 행정구역으로는 1특별시, 5광역시, 36시, 21군에 걸쳐 지정되었다.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행위규제 내용은 1971년의 도시계획법 제21조 제2항에서 규제했었으며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건설부령으로 정하도록 했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진행되면서 2004년에 와서는 2000년 7월에 제정된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을 토대로 운용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8년 5월에 이르기까지 총 46차례에 걸쳐 규제완화를 실시하여 개발제한구역 내 개발 허용범위를 확대해 왔다. 주민생활 편익을 위한다는 이유로 토지이용 및 건축물 신·증축의 규제완화, 공공 및 공익시설의 허용범위 확대, 그리고 체육·여가시설의 설치허용 등을 시행했다. 규제완화는 도시계획법시행규칙의 개정을 통해 건축물·공작물의 종류 및 규모, 토지형질변경의 범위, 건축물의 최소 대지면적 등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이루어 졌다.

내용
  1. 우리나라 개발제한구역의 해제과정

정부는 1997년 12월에 제15대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구역 조정방침을 정한 이후 2년에 걸쳐 건교부 주관으로 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을 추진했다.

첫째로 정부는 영국의 도시농촌계획학회(TCPA)에 우리나라 개발제한구역을 검토해 달라고 의뢰했다. TCPA의 Peter Hall 교수 등 12명의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1998년 12월부터 1999년 4월의 기간 동안 우리나라 개발제한구역 연구에 참여하였고 1999년 6월 3일에 연구 발표회를 가졌다. 이들은 ① 중소도시의 전면해제 등을 담은 개선시안의 주요내용에 동의하고, ② 대도시지역은 환경평가 의존보다는 광역도시계획을 수립하여 구역을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③ 환경평가는 구역 조정의 객관성, 과학성을 높여줄 수는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④ 대규모 집단취락은 우선 해제하고 소규모 취락은 구역으로 유지하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둘째로 환경적 보전가치를 개발제한구역 조정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1998년 10월부터 1999년 6월의 기간 동안 환경평가를 실시했는데 이 과제에는 국토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임업연구원이 참여했다. 이들 기관은 표고, 경사도, 농업·임업적성도, 수질, 식물상 등의 6개 항목을 기준으로 환경적 보전가치를 평가한 결과, 환경기준으로 1·2등급은 보전지역으로, 4·5등급은 도시용지로, 3등급은 도시여건에 따라 보전 또는 도시용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셋째로 개발제한구역 유지·해제 도시권을 분류하기 위해 1999년 4월부터 6월의 기간 동안 14개 도시권별로 시가지 확산압력과 환경여건을 분석했다. 인구, 개발가능지, 중심·주변도시간 연계성, 개발제한구역을 뛰어넘는 개발양상 등 시가지 확산압력에 대하여는 환경단체가 추천한 4명을 포함한 7명의 도시전문가들이 분석에 참여했다. 녹지율·대기질·수질 등 환경지표에 대하여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분석했다.

국토연구원은 도시전문가와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결과 등을 종합하여, 시가지 확산압력과 환경여건을 기준으로 14개 도시권 중 해제 도시권 선정을 위한 4개 대안을 제시했다. 4개 대안은 ① 14개 도시권 모두 개발제한구역을 유지하는 안, ② 5개 도시를 해제하는 안: 춘천, 진주, 제주, 여수, 통영권, ③ 7개 도시를 해제하는 안: ②안의 5개 도시권과 청주, 전주권, ④ 11개 도시를 해제하는 안: ③안의 7개 도시권과 대전, 광주, 마산‧창원‧진해, 울산권 등이다.

한편 건교부는 개발제한구역의 합리적인 조정을 위한 연구실시와는 별도로 개발제한구역으로 유지되는 지역의 주민지원과 규제완화 등을 위한 「개발제한구역관리에관한법률」(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 법률안의 주요내용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농지 등은 국가에게 매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주택자금·기반시설 설치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1999년 7월 22일에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방안에서는 7개 대도시권은 부분 조정하고, 7개 중소도시권은 전면 해제한다고 했다. 부분 해제되는 7개 대도시권은 수도권, 부산권, 대구권, 광주권, 대전권, 마산-창원-진해권, 울산권 등이다. 수도권, 부산권, 대전권, 광주권, 대구권, 마산·창원·진해권 6개 도시권은 광역도시계획을 통해 조정하고, 울산권은 광역도시계획 수립지침을 적용하여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조정하도록 했다. 특히 집단취락 등 구역지정 불합리 지역은 우선 해제하도록 했다. 전면 해제된 7개 중소도시권은 춘천권, 청주권, 전주권, 여수권, 통영권, 진주권, 제주권 등이다.

1999년 9월 15일에는 「개발제한구역조정에관한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 우선해제 대상, 전면해제 대상, 부분해제 대상으로 구분했다. 우선해제 대상인 대규모 취락지는 도시계획변경 수립을 통해 우선적으로 해제하도록 했다. 전면해제 대상인 7개 중소도시권은 친환경적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선계획·후개발 원칙하에 개발하도록 했다. 부분해제 대상 도시권은 환경평가후·광역도시계획을 수립한 후 조정하도록 하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1. 대도시권의 해제

정부는 2001년 9월 4일에 7개 대도시권 개발제한구역 조정기준을 발표하고 이에 따른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진행 중이다. 7개 대도시권의 해제 범위는 ① 지정면적의 평균 7.8%를 해제가능지역 곧 해제총량으로 설정하고, ② 임대주택 건설, 고속철도 역세권 개발 등 국책사업은 해제총량과 별도로 해제를 허용하며, ③ 지역현안사업은 해제총량의 10%범위 안에서 추가 해제토록 했다.

특히 2002년 1월 22일에 조정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해제 범위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지역의 개발제한구역 면적 1,566.8㎢(4억7,396만평) 중 7.9%인 123.86㎢(3,726만평)를 해제하도록 되었다. 서울특별시는 해제비율을 2.1%로 설정해 최소화했다.

2003년에 이르러 7개 대도시권 가운데 광주권와 울산권이 부분 해제 완료했다. 광주권 개발제한구역은 당초 해제 예상비율 9.6%보다 적은 8.71%(554.77㎢ 중 48.3㎢)를 해제했고, 울산권은 개발제한구역은 당초 해제 예상비율 10.3%보다 적은 8.76%(318.88㎢ 중 27.9㎢)를 해제했다. 부산·대구·대전권은 광역도시계획을 수립하여 부처 협의 중이며 2004년에 조정이 예상된다. 수도권 및 마창진권은 광역도시계획을 수립했다. 광역도시계획이 확정·승인되면 이를 토대로 단위 도시별로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계획을 차례로 수립하여 개발제한구역 조정이 이루어 졌다.

  1. 중소도시권의 해제

7개 중소도시권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추진현황을 보면 2003년의 경우 7개 중소도시권 1,103.1㎢는 완전 해제되었다. 구체적으로 제주권 82.6㎢, 춘천권 294.4㎢, 청주권 180.1㎢, 여수권 87.59㎢, 전주권 225.4㎢, 진주권 203㎢, 통영권 30㎢이 해제되었다. 총 해제면적의 56.3%는 보전녹지로 지정하고, 개발이 가능한 시가화 예정용지 등은 0.7% 수준이다.

  1. 개발제한구역 해제 당시의 쟁점

개발제한구역에 관련된 주체는 구역 내 토지 내지 가옥 소유자, 중앙정부, 지방정부, 국회의원, 지방의회, 전문가, 시민환경단체, 언론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개발제한구역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으며 그 내용은 조정론, 보전론, 해제론의 세 가지 논리로 정리할 수 있다. 이상의 세 가지 관점에 대하여 개발제한구역 관련주체들은 각각 다른 입장을 보이기는 하나 대체로 개발제한구역의 장점을 살리면서 1971년 개발제한구역 구역 지정 이전부터 현지에서 살아 왔던 원거주민의 불이익을 보상해 주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조정론자는 개발제한구역의 전면 해제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현실 여건에 맞추어서 제한을 점차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전론자는 현재의 도시 관련법에 적시된 몇 개의 조문으로는 개발제한구역 보전에 한계가 있으므로 개발제한구역을 ‘개발제한구역’이 아닌 ‘국토보존지역’으로 격상하여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제론자는 개발제한구역이 있어도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이 진행되어 녹지지역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으며 개발가능지가 고갈되었기 때문에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황

대체로 아직까지 도시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대도시 집중이 계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개발제한구역의 완전해제나 전격적인 개발허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이후 상정될 수 있는 개발제한구역 관리상의 쟁점과 관리방향은 다음과 같이 논의될 수 있다.

  1. 녹지축과 생태환경의 보전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의 완충녹지로서 시민들에게 산소와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도시의 생명력을 지키는 도시의 ‘허파’구실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이곳에 임대주택 등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개발’과 ‘환경보전’사이의 우선순위를 놓고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다수의 국민들은 최근 진행되는 개발제한구역 조정이 자칫 생태환경의 훼손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차제에 개발제한구역을 ‘개발을 제한하는 구역’이라는 소극적 방어적 패러다임을 지양하고 ‘환경을 지키고 보전하는 생태환경벨트’라는 적극적 옹호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있다. 나아가 영국과 같이 모든 도시농촌계획에서 일정한 비율의 녹지축과 개발제한구역을 확보하는 것이 생태환경 보전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있다. 예를 들어 산림청(2003년)이 발표한 서울의 일인당 도시녹지 면적은 3.4평방미터로 뉴욕의 9분의1, 런던의 8분의1, 스톡홀름의 23분의1이며 경기도의 녹지자연도는 2등급이 41.7%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평균 녹지자연도는 4.3등급으로 전국 평균 녹지자연도 5.1보다 낮아 녹지축의 확보가 요망된다고 주장한다. (「광역도시계획 환경보전부문연구 토론논문」, 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00)

개발제한구역 해제 면적이 급증하면서 이들 토지에 관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계획방안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 관점에서 개발제한구역이 설치된 14개 도시권에 대해 권역 내부와 외부에 녹지축을 설치하고 녹지자연도가 일정 수준이상 유지되도록 조치하면서 인공적인 녹지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녹지축의 핵심보전지역은 적절한 보전대책을 마련하고 단절된 녹지축은 복원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나아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하는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녹지축과 도시지역의 완충지역에는 주변 자연환경과 연계하여 바이오토프(biotope)의 조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꼭 개발해야 하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녹지축상의 지역은 제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역도시계획에 녹지축, 개발축, 교통축의 3개축이 있는 바, 녹지축은 반드시 보존되어야 한다. 개발제한구역 조정과정에서 환경평가 1∼2등급의 보전가치가 높은 곳은 개발제한구역의 존치를 원칙으로 하고 불가피한 경우 공원·녹지 등의 보전용지로 지정해야 한다. 환경평가 4∼5등급의 보전가치가 낮은 곳 중에서도 녹지축 보전, 연담화방지 등이 필요한 곳은 존치하거나 보전용지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개발해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지역은 수요에 따라 저층·저밀도의 친환경적 계획을 세운 다음 해제를 유도하고, 개발제한구역 해제후의 용도지역 배분계획 수립시 녹지, 공원 등의 보전목적의 용지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마땅하다.

  1. 계획허가제와 투기방지

주거안정의 절실함을 모르는 국민은 없고 주택건설 확대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에 임대주택 등 대단위 아파트 단지 건설을 추진하는 정책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즉,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지가상승과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개발제한구역을 풀었을 때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가 재연되지 않을까를 염려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이 조사되고 있는 현지에서는 조사팀들이 방문하고 난 전후에 부동산 가격이 달라진다는 시사가 있다. 따라서 개발제한구역을 조정하는 국면에서는 두말할 필요 없이 투기를 차단할 수 있는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 가운데 서류상에는 원거주민으로 되어 있으나 명의만을 빌려 실제는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만일 철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재조정이 진행되면 투기를 목적으로 개발제한구역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국가가 제도적으로 혜택을 주는 셈이 된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개발제한구역과 관련된 모든 토지가 ‘선계획 후개발’의 원칙 아래 관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계획된 용도에 따라 철저한 허가를 받아 개발을 진행하는 ‘계획허가제’가 실시되어야 한다. 계획을 세우는 과정과 결정 집행되는 일련의 과정은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개발제한구역의 실태조사에서 최종결정까지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론화해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기반시설연동제와 난개발 방지

많은 사람들이 대도시 주변지역의 개발제한구역을 풀었을 때 인구와 산업 활동이 집중하고 종국적으로 집적의 불경제가 초래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 세월동안 수도권 집중규제를 계속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1970년 이후 수도권 순(純)전입인구가 8백만 명에 육박하고 있음에서도 염려된다. 게다가 서울주변지역에는 광범위한 교외화(suburbanization) 현상이 전개되어 개발제한구역 전후지역에 인구가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집중화가 가져오는 가장 큰 폐해는 난개발이다. 새로 조성된 일정한 규모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도로, 교통시설, 상하수도, 학교시설, 의료기관, 방범경찰시설 등 도시의 기반시설과 하부구조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 공장, 상가시설이 마구잡이로 들어서는 것이 난개발이다. 현재 정부는 난개발 방지를 위해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 곳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지만 1970∼80년대 대규모 시가지 조성사업을 방불케 하는 택지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발제한구역 해제 지역에 대한 개발 압력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난개발과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개발이 요구된다. 즉, 도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려해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에 대한 개발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안할 수 있는 것은 개발제한구역 관리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최우선적으로 난개발 방지를 위한 ‘기반시설연동제’가 병행되어야 한다.

해제되는 지역이 난개발 되지 않고 환경적으로 쾌적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지구상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주요 도로변, 하천변, 녹지지역 등에 음식점, 숙박시설, 휴게소 등의 시설이 난립되지 못하도록 하는 난개발 방지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1. 공적규제지역과의 형평성

개발제한구역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개발제한구역과 유사하게 공공선(公共善)을 명분으로 공적규제를 받는 도시계획시설용지,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자연공원법지정구역, 전통건조물보존지구, 고속국도변지정지구 등 10여 개의 공적규제지역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가 대두되어 있다. 개발제한구역과 공적규제지역을 분리해서 다루어야 하느냐 아니면 함께 처리해야 하느냐는 등 분리론과 통합론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개발제한구역을 최소한으로 조정하게 되면 공적규제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수월하게 처리될 수 있을 것이다.

  1. 원거주민의 보상과 불합리한 지역의 조정

개발제한구역 지정 이전인 1971년 이전부터 살아왔던 원거주민의 재산권은 어떠한 형태로든 보상되어야 한다. 그리고 원거주민이 생활상의 불가피한 일로 여러 가지 범법행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선의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관대한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 개발제한구역으로 인해 환경의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는 비개발제한구역 주민들은 개발제한구역 내 원거주민의 복지향상에 대해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 개발제한구역이 조정국면에 들어서면서 지가상승이 일어나 어느 정도 개발제한구역 땅값이 오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을 소유한 사람이 상당수 외지인이기 때문에 원거주민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판단이다. 원거주민의 보상을 위해서는 환경세를 검토해 볼 만하다. 환경세를 통해 원거주민의 보상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환경세를 기초로 개발제한구역을 공공기관에서 매입하여 공원화, 생태지역화 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가 있다. 원주민의 보상방법으로 개발권양도제, 환지, 지가증권발행 등이 다각적으로 연구되어야 한다.

그리고 생활상의 불편과 재산상의 불이익을 받아온 지역주민들을 위해 명백하게 불합리한 구역은 우선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이미 개발제한구역 지정이전부터 시가지화된 집단취락, 도로관통으로 인하여 분리된 토지 등은 지정 이전의 용도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개발제한구역 조정대상에서 제외되는 지역주민들에 대한 보상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은 지역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고 자발적인 개발제한구역 관리를 위해서 필수적이다. 해제 이후 존치되는 지역 토지에 대해서는 이용용도와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우선순위를 정하여 적정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보상의 재원은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수혜를 받아온 비개발제한구역 지역주민을 위시한 국민들과 정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

  1. 해제이익의 환수

해제로 인해 획득한 부당한 투기자금은 적정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환원하는 것이 요망된다. 개발제한구역에 살지 않으면서 순전히 투기목적으로 땅을 구입하거나 임대를 한 경우 해제이익 환수의 조처를 취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된다. 해제에 따른 개발이익의 환수조치는 원거주민과 지정 이후 토지 매입자에 대해 차등을 두어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개발제한구역의 훼손을 억제하고 관리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훼손부담금제도가 있으나 부과요율 체계상 시설입지 억제효과가 미흡하다. 개발행위자에게 부과하는 훼손부담금은 개발행위를 허용하는 면죄부 성격의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의와 평가

개발제한구역에 관해 어느 입장을 택한다 하더라도 개발제한구역이 국민의 삶의 질을 담보해 줄 수 있는 생태공간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측면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바람직하다

첫째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개발제한구역은 미래에 등장할 생태도시(ecocity)의 건설을 위하여 남겨두는 생태공간이다. 따라서 개발제한구역은 ‘개발을 제한하는 지역’이 아니라 ‘생태를 보전하는 지역’으로 개념이 재정립되어야 하고, 그 명칭에 있어서도 ‘환경생태벨트’, ‘생태보전벨트’, ‘국토환경벨트’ 등의 의미로 전환되어야 한다.

도시별 필요 녹지공간을 확보하는 녹지총량제를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한 엄격한 개발제한구역 관리가 필요하다. 도시별 녹지총량을 개발제한구역 해제의 기준으로 산정 하여 허용한도 내에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도시규모에 따라 장래 녹지확보 목표량, 보전해야 할 녹지총량, 허용 가능한 녹지훼손규모를 차별화하고 관리하는 제도적 접근이 절실하다.

둘째는 친환경성(pro-environmentalism)이다. 1992년의 3리우환경회의나 1996년의 이스탄불 도시정상회의등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오늘날 도시에서는 경제적 번영보다 일상적인 삶의 질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이며 살 맛 나는 건강한 도시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제한구역 문제를 철저히 친환경주의 입장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개발제한구역 내 정부주도의 각종 개발 사업을 억제하고 광역 및 도시녹지축 등 생태녹지축을 설정하여 이를 철저하게 보전하는 녹지보전 수단이 제시되어야 한다. 특히 녹지공간이 부족한 수도권은 개발제한구역 해제면적 만큼 대체 개발제한구역 또는 녹지를 지정하는 것이 긴요하다. 개발제한구역 조정은 최소화하되 부분적 환경성 평가 결과보다 총체적인 ‘지역단위’ 환경성 평가 결과를 토대로 조정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셋째는 공공적 시민정신(public citizenship)이다. 개발제한구역구역과 주변지역과의 땅값 차이 등은 원거주민의 심한 불만을 축적시키는 요인이다. 원거주민의 땅을 사서 들어온 외지인은 처음에는 개발제한구역이 개발제한구역임을 인식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산권 침해와 활용에 대한 집착에 매달리게 된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생태환경인 개발제한구역의 존속을 희망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원거주민도 보호하고 시민환경도 지켜야 할 사명감을 갖고 국토환경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동시에 개발제한구역 내 주민의 복지향상을 꾀하고자 노력한다. 원거주민도 보호하고 시민환경도 지키면서 국토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공공적 시민정신의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

넷째는 형평성(equity)이다. 지난 35년간 개발제한구역 원 거주민은 이렇다 할 ‘환경보존의 대가’를 받지 못해 여러 가지 불이익을 호소하고 있으며 자녀의 분가 시 공간 부족 등 각종 생활환경의 불편을 감수해 왔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그들이 겪는 생활상의 고통은 경시된 채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주장하는 의사만 부각되곤 하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개발제한구역 원거주민들에게 적절한 혜택이 돌아가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시민적 형평의식을 공유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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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권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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