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거미목에 속하는 절지동물의 총칭이다. 우리 나라에는 27과 58속 140여 종의 거미가 살고 있다. 거미의 몸은 머리가슴과 배 두 부분으로 구분되며 배자루로 연결되어 있다. 다리는 4쌍이며 각각 7개의 마디로 되어 있다. 나쁜 동물로 경원시되는 경향이 있으나 가축에 해를 끼치는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독물검출용, 약용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거미줄을 쳐서 곤충을 잡아먹는 거미의 생태와 관련하여 많은 속담·설화·민요·민담이 형성되었다. 구전 자료에는 거미줄을 뽑는 신기한 재주를 가진 동물이나 음험하고 무서운 동물로 등장한다.
거미류는 한자어로 흔히 지주(蜘蛛)라 하였고, 주모(蛛蝥) · 줄무(䖦蟱) · 체모(蝃蝥) · 촉유(蠾踰) · 차추(次蟗) · 두공(杜公) 등으로도 불렸다. 우리말로는 거믜 · 거뮈 · 검의라 하였다. 『재물보(才物譜)』와 『물명고(物名攷)』에는 거미의 종류로서 질당(螲蟷) · 천사(天蛇) · 초지주(草蜘蛛) · 희자(蟢子) · 장기(長䗁) · 승호(蠅虎) · 낙신부(絡新婦) · 벽전(壁錢) 등을 들고 있다. 이 중에서 벽전이 ‘낙거믜’,‘납거뮈’로도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의 납거미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 승호는 『물보(物譜)』에 ‘파리잡난검믜’로 적혀 있는데 지금의 깡충거미이고, 장기는 갈거미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는 고운땅거미를 비롯하여 27과 58속 140여 종이 보고되고 있다.
거미의 몸은 머리가슴과 배의 두 부분으로 구분되며, 이들은 매우 가늘고 원통상을 이룬 배자루로 연결되어 있다. 눈은 보통 홑눈으로 8개를 가지고 있으나 종에 따라서는 1개 · 2개 · 4개 · 6개를 가진 것도 있다. 구기(口器)는 위턱 · 아래턱 · 아랫입술 · 윗입술로 되어 있다. 다리는 머리가슴의 셋째 쌍에서 여섯째 쌍에 이르는 부속지로서 항상 4쌍을 가지며 제각기 7개의 마디로 되어 있다. 호흡은 책허파와 기관을 통하여야 하며 변태는 하지 않는다.
거미는 생활장소와 분류계통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원시적인 거미는 땅속에 구멍을 파고 거기에 간단한 집을 짓고 살지만 새실젖거미아목과 같이 진화된 거미들은 지표 밖에 집을 짓고 있다. 생활형을 보면 일정한 집이나 그물을 쳐서 한 곳에 정착하는 정주성(定住性) 거미와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먹이를 사냥하는 배회성(徘徊性) 거미가 있다.
거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기분 나쁜 동물로 경원시(敬遠視)되는 경향이 있으나, 인간이나 가축에 해를 끼치는 파리 · 모기 · 바퀴 등의 위생곤충뿐만 아니라 산림해충이나 농작물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으로서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또 독물검출에 이용되고 있을 뿐더러 약용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거미는 어른이나 소아의 퇴병(㿉病: 고환염 · 부고환염 · 음낭염 · 음낭수종 등의 총칭), 소아의 대복정해(大腹丁奚: 복막 혹은 장간막림프선의 결핵성 병변으로 인하여 몸이 여위고 복부만 큰 상태), 벌 · 뱀 · 지네의 독을 다스리는 데 머리와 다리를 버리고 짓이겨서 쓴다고 하였고, 납거미는 비뉵(鼻衄: 코피)과 쇠붙이에 다쳐서 흐르는 피가 그치지 않는 데 즙을 내어 바른다고 하였다.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납거미를 칼로 벤 데 들보 먼지와 함께 쓴다고 하였으며, 또한 독종(毒腫)이 시작할 때 거미기름(삼복에 거미를 넣어 해 지난 참기름)을 넣으면 독기가 없어진다고 하였다. 거미가 주는 피해로는 거미의 독이 가장 크고, 배설물이나 거미줄로 옥내외를 더럽히는 것이다.
거미는 거미줄을 쳐서 곤충을 잡아먹고 살기 때문에 이러한 거미의 생태와 관련되어 속담이나 설화 · 민요 등이 형성되었다. 겉보기보다는 재주가 있다는 말을 “거미는 작아도 줄만 잘 친다.”라고 하며, 재주만 믿고 실행을 하지 않을 때 “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는다.”고 한다. 또한, 가난한 사람이 스스로 위로하는 말로 “산 사람의 입에 거미줄 칠까.”라는 속담이 있다. 거미줄은 약하고 잘 끊어지기에 하나 마나 별 효과가 없는 일을 할 때 “거미줄에 목맨다.”라고 하고,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거짓 행위를 두고 “거미줄로 방귀 동이듯”이라는 표현을 한다.
거미에 관한 전설로는 함경북도 성진 광적사(廣積寺)에 「광적사의 거미」라는 이야기가 있다. 광적사에 살던 한 마리의 큰 거미를 그 절 주지가 귀히 길렀더니 나중에 처녀로 변신하고 산중의 못에 사는 용과 교접하여 청나라의 천자를 낳았다는 내용이다. 풍수담으로는 거미혈이라는 명당이 있는데, 이곳에는 상석(床石)을 놓지 못한다고 한다. 상석을 놓으면 거미줄이 끊어지거나 거미가 눌려서 달아나므로 복운(福運)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그 밖에 「아들로 환생한 거미」라는 민담이 있다. 거미줄에 걸린 새를 풀어준 사람에게 거미가 자식으로 태어나서 계속 젖을 빨아 죽이려고 하였으나, 한 노승의 지시로 아들을 버려 환난을 피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민담은 거미의 신비하고 음험한 성격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거미에 관한 민요는 매우 많이 전승된다. 충청도 · 전라도 · 경상도 등지에서 채록된 「거미타령」 · 「거미노래」가 그것이다. “거무야 거무야 왕거무야/ 줄에 동동 왕거무야/ 늬야줄아 엇다치고/ 아정개 자정개/ 돔부꽃 동전에/ 항오단 꾀꼬리/ 청금산 달머리/ 니발데죽을 넘는다(전라남도 해남).” 이러한 구전자료에서 보듯이 거미는 대체로 거미줄을 뽑는 신기한 재주를 가진 동물로, 또한 음험하고 무서운 동물로 인식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