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官)에서 주조한 우리나라 최초의 화폐로서 철전(鐵錢)과 동전(銅錢)의 두 종류가 있다. 외형은 둥글고, 중앙에는 사각의 구멍이 뚫린 형원공방(形圓孔方)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건원중보’는 원래 당나라 숙종 건원연간(乾元年間)에 주조, 발행된 화폐인데, 고려는 이를 모방하여 앞면에는 ‘乾元重寶’라는 화폐명을 새기고, 뒷면에는 ‘東國’이라는 글자를 표기한 고려의 건원중보를 주조하였다.
건원중보 철전은 996년(성종 15)에 처음으로 주조되어 창고에 보관되었다가 이듬해에 발행되었다. 그 뒤 1002년(목종 5)까지 계속 유통되었으나, 이해에 이르러 목종의 교지에 의해 유통이 중단되었다.
원래 목종은 이를 주조, 발행한 성종의 뜻을 이어 그 유통을 더욱 확대하려 하였는데, 주전(鑄錢)만을 사용하고, 추포(鹿布 : 발이 굵고 거친 베로 화폐유통이 활발하지 못한 시대에 화폐대용으로 많이 사용됨.)의 사용을 금지시키면 국가로서도 이익이 없고, 백성들로부터도 원성을 사게 될 것이라는 시중(侍中) 한언공(韓彦恭)의 상소를 받아들여, 다주점(茶酒店)·식미점(食味店) 등에서만 사용하고, 그 밖의 사교역에서는 임의대로 토산물을 사용하게 하였다.
이 건원중보 철전의 실물은 1910년대초에 개성부근의 고려 고분에서 건원중보 동전·동국통보(東國通寶)·동국중보(東國重寶) 등과 함께 출토되었는데, 특기할만한 것은 건원중보 철전 외에 동전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996년 건원중보 철전이 주조된 이후 동전으로 된 건원중보가 추가로 주조, 발행되었다고 믿어진다. → 화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