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은 국내검역·국제검역·가축 및 동물 검역·식물검역 등으로 구분되어 실시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의 역사를 훑어볼 때 각종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유행되어 왔음을 엿볼 수 있다. 중세기에 전세계적으로 유행되었던 흑사병(黑死病)은 당시 유럽 인구의 약 3분의 1에 가까운 4000만 내지 6000만 명의 희생을 가져왔고, 이에 따라 원시적인 의미에서 교통 차단 내지 검역이 15세기 후반부터 실시된 바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급성전염병을 대개 역질(疫疾)·질역(疾疫)·여역(癘疫)·역려(疫癘)·시역(時疫)·장역(瘴疫)·온역(瘟疫)·악역(惡疫)·독역(毒疫)·역기(疫氣)라고 하였는데, 대개는 기상의 변화나 불결한 환경 속에서 발생된다고 믿었으며 막연하게나마 이러한 질병이 널리 전파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이와 같은 역질에 대한 사고방식이 오늘날의 전염병에 대한 개념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악성유행성 전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 극히 원시적인 검역이라 볼 수 있는 교통차단이나 각종 방역대책이 실시되어 왔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역질의 유행연표(流行年表)를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으며 역질을 벽온(辟瘟)하는 방법으로서 제일 먼저 귀신에게 시제(時祭)를 드리거나 제사를 올리고 5운6기(五運六氣)가 잘못되어 생겨나거나 불결해서 나타난다고 보아 청결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벽온, 또는 온역예방법(瘟疫豫防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온역양법(瘟疫禳法):부적과 같은 것을 대문에다 써붙여서 역질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환자가 누워 있는 병상의 네 귀퉁이에다가도 써붙이면 좋다는 표현이 여러 벽온방에 나타난다.
② 온역벽법(瘟疫辟法):일정한 약품을 술에 넣어 마시면 역귀(疫鬼)가 침범하지 못한다고 하였으며, 특히 소합향원(蘇合香元) 같은 약을 더운 물이나 술에 타서 마시면 좋다고 했고, 소의 변(便)을 태워 술에 타서 마셔도 좋다는 등 각종 약품이 추천되기도 하였다.
③ 부전염법(不傳染法):역병(疫病)에 걸린 환자의 집에 들어갈 때는 우선 문을 넓게 열어 젖히고 가마솥에 물을 끓여서 마당에 놓고 소합향원 같은 약을 끓여서 그 향기가 역귀를 물리치도록 한 후에 들어가면 된다고도 하였으며, 환자가 있는 집안에 들어갈 때는 남자의 병은 입으로부터 나오고 여자의 병은 밑으로부터 나오므로 서로 맞대지 않도록 돌아서는 것이 좋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예방법이나 벽온방은 실제적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하였으며, 우리 나라에서 전염병의 유행이 실제로 보건당국의 검역활동에 의하여 효과를 거두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부터였다.
19세기 후반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세균학(細菌學)과 미생물학의 성과에 따라 각종 예방백신이 생겨나고 전염력(傳染力)을 갖는 전염기간이나 잠복기(潛伏期)가 과학적으로 입증 가능하게 됨으로써 과학적인 검역법이 실시되기 시작하였다.
우리 나라에서 계속 극성을 부려왔던 각종 급성전염병이 감소되기 시작한 것은 크게 보아 이와 같은 예방주사의 개발과 과학적인 검역대책에 따른 성과였다.
이와 같은 검역활동을 뒷받침하는 법률로서는 1954년 2월 2일에 공포된 <전염병예방법>과 <검역법>을 들 수 있다. 이 <검역법>에 따르면 우리 나라에서 검역전염병은 콜레라·페스트·황열(黃熱)의 3가지로 되어 있다. 또한 접촉자의 격리 및 감시기간은 이 전염병들의 잠복기간을 기준으로 콜레라는 120시간, 페스트는 144시간, 황열은 144시간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 동안 전염병 관리대책과 검역이 실효를 거두어 두창은 완전히 이 지구상에서 없어져 버렸고, 페스트는 우리 나라에서 20세기 이후 발생되지 않고 있으며 황열도 우리 나라에 들어온 바 없다. 단지 간헐적으로 콜레라가 외국으로부터 침입되는 경우가 있으나 이제는 합리적인 방역대책에 따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전염병이 되어 버렸다.
일부 전염병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전염병을 고전적 전염병이라 부르고 있으며, 우리 나라는 전염병보다는 비전염병이 중요한 보건사업의 대상으로 전환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