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국립박물관 소장. 전체높이 175cm로, 국립경주박물관 전시장 바로 외벽에 전시되어 있다. 넓은 어깨와 당당한 가슴 그리고 잘룩한 허리 등 건장한 모습의 불상이다. 이 불상은 여러 가지로 이전까지의 석불과는 다른 양식 계열의 불상이다.
그 특징은 첫째는 경주를 중심으로 한 석불들이 화강암제인데 반해 사암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통견(通肩 : 어깨에 걸침)의 대의(大衣 : 설법을 하거나 걸식을 할 때 입는 중의 옷)를 걸친 착의법(着衣法)이다. 목에 잇대어 옷깃이 세 가닥으로 흐르고 있으며, 이 깃은 다시 한 번 뒤집어지고 있다. 가슴에서 V자형 옷주름이 급격한 경사를 이루면서 내려가다가 다시 양다리에서 갈라지고 있다.
이 주름은 얕게 돌출되어 있으나 전체적으로 옷은 몸에 밀착되어 있어 가슴과 배, 그리고 두 다리 등 신체 부분이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착의법은 인도적인 착의법으로 현장(玄裝)이 인도에서 귀국한 이후 새로운 인도의 불상 양식을 수용하면서 나타난 형식이다. 이러한 형식의 불상을 일명 우디야나, 혹은 우전왕상(Udyana, 憂塡王像)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러한 인도적인 착의법을 수용하여 처음으로 나타난 불상 양식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건장하고 팽창된 얼굴에 크게 눈을 뜨고 있는 불안(佛顔)은 인도의 굽타기 마투라 불상의 인상이 느껴진다. 따라서 이 불상에서 나타난 강건하고 볼륨감이 느껴지는 몸매와 힘차고 세련된 선 등은 이후 나타나는 경주 감산사 석조미륵보살입상(국보, 1962년 지정)과 경주 감산사 석조아미타여래입상(국보, 1962년 지정) 양식으로 진전되는 불상 양식을 보이고 있다.
이 후 이런 인도적인 양식을 수용하여 나타난 사실주의적인 작풍은 경주 굴불사지 석조사면불상(보물, 1963년 지정)의 남면불상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주사암제여래입상은 인도의 굽타시대 이후 불상 양식이 우리 나라에 수용되어 나타난 초기의 양식을 보인다는 점에서 조각사적인 의의를 갖는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