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토기(高句麗土器)는 삼국시대 중 고구려의 영역 안에서 제작 및 사용된 토기이다. 평저기형, 니질태토, 대상파수 등을 특징으로 한다. 대략 30여 개 기종이 있으며, 저장용, 조리용, 배식용, 운반용 등의 실용기와 부장용, 의례용 등의 비실용기로 구분된다.
고구려토기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기종이 납작바닥〔平低〕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니질(泥質, 고운 점토질)이 주로 사용되었다는 점도 백제토기, 신라토기, 가야토기와 다른 점이다. 또한 항아리 · 독류는 목과 아가리가 발달되었다는 점과 항아리 · 독류 및 동이류, 시루류 등에 띠 모양의 손잡이인 대상파수(帶狀把手)가 부착된다는 점도 고구려토기의 특징이다.
고구려토기는 대략 30여 개 기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면색은 회색, 흑색, 황색이 많고, 일부 부장용기나 의례용기 등을 제외한 실용기에는 무늬를 장식하지 않았다.
고구려토기의 기원에 관해서는 크게 두 가지 견해로 구분된다. 하나는 대상파수 등 청동기시대부터 이어진 재래의 지역 전통을 바탕으로, 니질태토 등 철기 문화와 함께 중원에서 새롭게 들어온 토기 제작 기술이 결합되어 형성되었다는 해석이다.
다른 하나는 환인오녀산성과 환인 망강루 고분군 등 고구려 초기 유적에서 출토된 고구려 초기 토기에서는 니질태토 등 중원의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부여계토기와 형태적 유사성을 크다고 보고, 재지적 전통과 함께 부여계토기 등 주변 지역의 영향을 고려하는 해석이다.
고구려토기의 변천 과정은 크게 전(300년 이전) · 중(300~500년) · 후(500년 이후) 3기로 구분된다.
고구려토기의 태토는 크게 조질과 니질로 구분되는데, 전기에는 조질이 91%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니질은 9%뿐이다. 중기에는 조질이 29%로 감소하고 니질이 57%로 증가하며, 시유토기가 14%이다. 시유토기의 태토는 니질로 추정되므로, 니질의 비율이 71%인 셈이다. 후기에는 조질이 3%로 극감하고, 니질이 89%로 증가하며, 시유토기는 8%로, 니질태토 비율이 97%에 달한다.
4세기 이전에는 조질태토가 주를 이루다가 점차 니질이 증가하여 6세기 이후에는 거의 모든 토기가 니질로 바뀌었다. 또 중기에 시유 기법이 등장하여 후기까지 사용되었다. 저화도 유약을 바른 황유도기(黃釉陶器)나 녹갈도기(綠褐陶器) 등이 확인된다. 성형 기법의 측면에서는 전기에는 수제토기가 50% 가량 차지하지만, 중기부터는 7%로 급감하고 돌림판이나 물레를 사용한 윤제토기가 등장한다.
태토의 경우 심발류를 제외한 모든 토기는 잘 정선된 니질태토를 사용하였고, 심발류는 고운 사립이 함유된 점토질태토를 사용하였으며, 석면을 보강재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토기질은 대체로 경질에 가까우나, 백제토기, 신라토기, 가야토기에 비하면 약한 편으로 일부는 표면이 손에 묻어날 정도로 약화되어 있다.
이른 시기의 토기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토기는 물레를 사용하여 제작하였다. 납작한 바닥을 만들고 그 위에 일정한 두께의 점토 띠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방법으로 만들었다.
토기의 형태가 갖추어지면 물레에 올리고 표면을 마무리하거나 예새 등의 도구를 이용해 몸체 아래쪽을 깎아 내거나 표면을 문질러 마무리하였다. 표면을 마연하는 기법을 고구려토기의 특징으로 보기도 하는데, 전 시기에 걸쳐 일부 기종에서만 마연이 확인된다.
고구려토기는 대략 30여 개 기종으로 구성된다. 단일 기종으로는 접시 및 종지류, 뚜껑류, 구형호류, 심발류, 장동호류, 동이류 등이 비교적 높은 구성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각 기종은 기능에 따라 실제 생활에 사용된 실용기와 비실용기로 크게 구분된다.
비실용기는 부장용기와 의례용기로 구분되는데, 부장용기로 사용된 기종은 사이장경호류와 사이장경옹류, 장경호류, 구형호류, 부형토기류, 창고형토기, 심발류, 직구호류, 소형시루류, 반류, 반구병류, 호자류, 이배류, 부뚜막형토기 등이 있다. 이 중 심발류와 직구호류, 시루류, 반류, 반구병류, 부형토기류 등은 실용기로도 사용되었다.
특히, 시루류의 경우 소형만 고분에 부장되고 중 · 대형은 생활유적에서 출토되고 있으며, 소형의 경우도 시간적으로 5세기 전반까지 고분에 부장되는 등 동일 기종 내에서도 기능에 따른 형태적 차이가 있었다.
또, 직구호류나 심발류, 반류 등은 중기까지 부장용으로 사용되지만, 후기에는 실용기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제작 기법과 기형, 기종 등에서 부장용기와 실용기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파악하며, 부장용기를 별도로 제작하지는 않았다고 보기도 하지만, 같은 기종이더라도 부장용기가 실용기보다 평균적인 크기가 작다는 통계를 통해 부장용기가 별도로 제작되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그 밖에 실용기로 보기 어려운 원통형삼족기류와 환상병류 등은 의례용기로 추정된다.
실용기는 형태와 크기에 따라, 저장용기, 조리용기, 배식기, 운반용기 등으로 세분할 수 있다. 이 중 조리용기와 배식기는 형태에 따라 구분이 용이한데, 접시류, 종지류 등은 크기나 형태에 있어서 배식기로 구분할 수 있고, 시루류는 조리용기로 구분할 수 있다.
심발류는 고분에 부장되는 경우가 많으나 6세기 이후 생활유적에서도 많이 출토되었고, 특히 표면에 그을음이 묻어 있는 경우가 많아 직접 불을 받아 조리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동이류, 광구호류 및 반류 등은 높이에 비해 구경이 큰 기종들인데, 음식을 조리하거나 조리할 음식물을 준비할 때 사용된 조리용기로 분류된다.
그 밖에 부형토기류는 고분에서 주로 출토되지만 6세기 전반의 아차산 보루에서도 출토되었고, 심발류와 같이 태토에 모래가 많이 섞여 있어 조리용기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