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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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정의
삼국시대에 고구려 영역 안에서 축조된 무덤.
개설
고구려고분은 분구를 기준으로 적석총, 봉토분으로 나뉜다. 적석총은 지상에 돌을 깔고 주검을 안치한 후 그 위에 다시 돌을 덮어 매장한 무덤으로, 매장부가 돌무지 분구 가운데 자리하게 되는 분구묘의 한 형태이다. 봉토분은 흙으로 분구를 쌓은 무덤으로, 분구는 대개 방대형이며, 매장부는 대개 횡혈식 장법의 석실이다. 봉토분을 대표하는 것은 벽화분이다.
벽화분은 무덤 내부에 그림을 그려 장식한 것으로, 기단봉토분과 적석총 중에도 벽화분이 드물게 있다. 고구려고분은 분구의 축조 재료와 매장 방식, 벽화의 유무 등에 의해 여러 형식으로 나뉘며, 시간과 지역에 따라 여러 양상을 띤다. 적석총은 압록강 중하류역에 집중 분포하고 있어, 고구려 전기 묘제로, 봉토분은 평양을 포함한 고구려 전 영역에서 확인되어 고구려 후기 묘제로 분류한다.
적석총
『삼국지』 ｢고구려전｣에 따르면, 고구려는 돌을 쌓아 봉분을 만들고, 무덤 둘레에 소나무와 잣나무를 심었다고 전한다. 적석총은 대개 강변 대지나 구릉 기슭에 수 기 또는 수백 기로 열지어 있다. 그 분포 범위는 동쪽으로 중국 지린성 창바이〔長白〕, 서쪽으로 랴오닝성 관뎬〔寬田〕, 남쪽으로 북한 황해도 신원, 북쪽으로 환런〔桓仁〕, 퉁화〔通化〕 일대에 이른다. 특히, 지린성 지안〔集安〕의 통구분지에 군집을 이루며 분포한다.
적석총은 지상에 주검이 안치되므로, 매장부는 분구 가운데에 위치한다. 때문에 자연적, 인위적 변형에 쉽게 노출되어 석실을 매장부로 하지 않는 상당수의 소형 적석총은 돌무지 상태로 잔존하게 된다. 이로 인해 분구 형태로 분류하기도 하고, 매장부만을 기준으로 분류하기도 하는 등 적석총의 형식은 여러 분류안이 있다. 연구자 간의 기준 차이도 있지만, 잔존 상태가 나빠 원형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
적석총의 분구는 지상에 드러난 형태에 따라 무기단, 기단, 계단 등으로 분류된다. 분구의 형태는 축조 방식이나 축조에 사용된 돌의 재질과 가공 정도와도 일정한 관계를 갖고 있다.
무기단은 냇돌이나 가공하지 않은 할석을 이용하여 축조하고, 평면은 방형, 장방형, 타원형, 원형 등 여러 형태이다. 기단은 비교적 커다란 돌로 방형이나 장방형의 외곽을 만든 후 내부에 잔돌을 채워 넣어 기단을 형성한 뒤, 주검을 안치하고 그 위에 돌을 쌓는다.
평면이 방형이어서 방단으로 불리기도 한다. 계단은 가공된 장대석을 이용하여 기단을 만든 후 같은 방식으로 그 위에 단을 올려서 전체 형태는 계단 모양이다. 방형 평면의 계단식이라는 의미에서 방단계제, 방계제, 계대식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편, 분구는 무기단과 같은 모습이지만, 축조 방식이 무기단과 다른 계장식도 있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가면서 울타리를 쌓듯이 돌을 세워 쌓고 그 내부를 잔돌로 채우는 방식을 반복하여 쌓음으로써 분구 평면은 넓히고, 높이를 높힌 방식이다.
분구 주위의 울타리 돌은 무덤의 외연을 표시하는 동시에 분구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방지한다. 가공하지 않은 돌을 이용하여 축조한 계장식은 네 모서리가 서로 맞지 않고 각 변 울타리 높이가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기단식이나 계단식과 구별된다.
분구의 무기단, 계장, 기단, 계단은 축조에 사용된 돌과 치석 기술, 축조 기술의 차이에 의한 것이다. 시간에 따라 분류하면, 무기단-기단-계단 순으로 등장 시점은 선후가 있지만, 같은 시기에 병존하는 경우에는 분구의 규모와 비례하며 피장자의 사회, 경제적 위계를 보여 주기도 한다.
고구려 적석총의 매장부는 지상에만 있다는 점에서 매장부가 지하에 있는 중국 적석묘와 뚜렷이 구분된다. 매장 방식에 따라 1인을 안치하고 1회로 매장을 마감하는 수혈식 구조와 2인이 동실에 합장되는 횡혈식 구조로 대별된다.
수혈식 구조의 매장부는 석곽, 석광 등으로 부르는데, 석실을 제외한 적석총의 경우 대부분 분구 상부가 함몰된 상태이므로 돌로 덮개를 만든 석곽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도 한다.
횡혈식 구조의 매장부는 현실과 연도의 횡혈식 구조를 갖춘 석실과 횡혈식 구조를 갖추지 않은 광실로 나뉜다. 광실은 다시 목실과 목개석실로 나뉘는데, 목실은 별도의 구조 없이 분구의 함몰갱에서 관못, 꺾괴, 장막걸이쇠 등이 출토되는 경우이고, 목개석실은 현실 벽과 연도 벽을 돌로 쌓았지만 천장에 돌이 덮여 있지 않은 경우이다. 한편, 서북한 일대에서는 벽돌을 사용한 전실도 확인된다.
기원과 변천
고구려 적석총은 중국 랴오닝성 요동반도의 청동기시대 적석묘를 계승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양자 사이에는 300여 년의 시간이 떨어져 있고, 요동반도와 압록강 중류역은 공간적으로도 상당히 먼 거리여서, 직접 계승 관계를 설정하기 어렵다. 양자의 시공적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석 석개묘가 확인된 신빈(新濱) 일대의 풍가보자와 대전자 등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한편, 고구려 적석총은 서기전 2세기경 압록강 본류의 중하류역과 지류역을 중심으로 축조되기 시작하여 고구려 멸망 시점까지 전 시기에 걸쳐 축조되었다. 돌을 다듬는 기술과 축조 기술의 발전, 새로운 장법의 수용 등으로 분구는 무기단-계장-기단-계단 순으로, 매장부는 석곽/목곽-목실-목개석실-석실 순으로 변화되었는데,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기는 적석총이 압록강 본류와 지류 유역에 자리잡기 시작하는 서기전 2세기경부터 3세기 대까지이다. 매장부는 수혈식, 분구는 가공하지 않은 돌로 쌓은 무기단이 중심이었다. 서기를 전후한 시점에 울타리를 쌓듯이 축조하여 분구를 크게한 계장식 무기단적석총이 축조되었고, 무기단적석총은 피장자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서 무기단과 계장식으로 분화되었다.
뒤이어 1세기경부터 기단식적석총이 축조되면서 무기단, 계장식, 기단식이 병존하였다. 이들 가운데 최상위는 계장식 무기단적석총이었다. 대표적인 계장식 무기단적석총은 통구분지의 마선구 2378호분, 마선구 626호분, 칠성산 871호분 등으로, 이른 시기의 고구려왕릉으로 비정되기도 한다.
중기는 4~5세기로 이 시기의 특징은 계단식 분구의 출현이다. 돌을 다듬고 쌓는 기술의 발전으로 가공한 석재를 이용하여 높고 큰 규모의 계단식 축조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최상위 적석총은 계단식으로 대체되었고, 무기단-기단-계단 순으로 사회 내의 위계가 가시화되었다. 매장부는 횡혈식 구조가 수용됨으로써, 추가 합장이 가능한 목실, 목실석개, 석실로 변화하게 된다.
계단식 목실적석총은 대체로 3세기 말 내지는 늦어도 4세기 초에 축조되기 시작하였고, 대표적으로 서대총, 우산하 992호분 등이 왕릉으로 비정되기도 한다. 계단식 목개석실적석총은 4세기 중반부터 축조되기 시작하여 일정 기간 석실과 병존했던 것으로 보인다. 4세기 후반이 되면 계단식 석실적석총이 축조되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천추총, 태왕릉, 장군총 등이 왕릉으로 비정된다.
후기는 6세기 이후 최상위 신분에서는 더 이상 적석총을 축조하지 않는 쇠퇴기이다. 평양 천도 이후, 압록강 중류역에 소형의 무기단 석실적석총 등이 축조되었다.
봉토분
봉토분은 4세기에 축조되기 시작하여, 적석총과 함께 무덤군을 이루며 조영되었다. 봉토분 단일묘제로 이루어진 무덤군은 적석총보다 넓은 범위에서 확인되는데, 적석총이 없이 봉토분만으로 이루어진 무덤군의 분포 범위는 고구려에 새롭게 편입된 영역을 암시한다.
서쪽으로 중국 랴오닝성 선양[沈陽] 석대자산성 주변, 동쪽으로 두만강 유역의 동청 일원, 남쪽으로 한강 유역과 충청도 일원에서 확인된다. 단, 통구분지와 평양을 포함한 서북한 일대를 제외하면 대체로 군집을 이루는 무덤이 십수 기를 넘지 않는 소규모이다.
구조
흙을 덮어 매장을 마감한 무덤으로 분구는 원형 평면의 반구형도 있지만, 대부분 방형 평면의 방대형으로 원래는 방추형으로 추정된다. 매장부는 지면이나 반지하에 자리한다. 횡혈식 구조로 벽화가 없는 경우에는 현실과 연도로 이루어진 단칸 구조가 대부분이고, 벽화분인 경우에는 현실 외에 전실, 전실 좌우의 측실이나 측감 등 여러 칸으로 구성되거나, 단칸이지만 연도 좌우벽에 측실이나 측감이 있는 등 다양한 구조가 있다.
대부분이 돌로 축조된 석실봉토분이지만, 서북한 일대에는 벽돌로 축조된 예도 있고, 돌과 벽돌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고구려 석실봉토분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천장 구조이다. 천장을 올리는 방법에 따라 평천장, 고임식천장, 궁륭식천장으로 구분된다.
평천장은 벽 위에 커다란 돌 몇 매를 얹는 것이다. 주로 소형분의 경우 평천장으로 축조되었다. 고임식은 벽면 위에 돌을 한단 한단 내밀며 쌓아 올리는 방법으로 천장을 올려다 볼 때 보이는 모양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뉜다.
평행고임은 네 변에서 일정한 폭으로 내밀면서 올라간 것이며, 삼각고임은 귀접이하듯이 네 변의 모서리에 비스듬하게 돌을 고여 아래에서 천장을 보면 모서리에 삼각형의 고임석이 보인다. 팔각고임은 삼각고임과 비슷한 방식으로 고여 아래에서 보면 천장 평면이 팔각형이다. 고임의 단 수가 많을수록 천장은 높아지게 된다. 평행삼각고임은 평행고임을 한 후 삼각고임을 하여 천장부의 면적을 줄인 것으로 대개는 평행고임과 삼각고임이 혼합된 것이다.
궁륭식은 네 벽의 모서리를 죽이면서 조금씩 안으로 들여 둥글게 쌓아 올리면서 천장 상부의 면적을 둥글게 좁혀가는 방식이다. 네 모서리의 선이 살아 있는 것을 궁륭상과 구별하여 사아천장이라고 하며, 사아식으로 올라가다가 중간에 꺾어서 마무리한 천장을 절천장이라고 한다. 석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천장 구조는 23단의 평행고임 위로 12단의 삼각고임을 한 평행삼각고임 방식이다.
한편, 판상석 12매를 이용하여 벽을 세운 후 커다란 돌 12매를 위에 덮고, 한쪽 단면을 입구로 하는 석실 구조를 석붕형 석실이라고 한다. 석실이 북방식 지석묘와 닮았다는 점을 통해, 고구려석실분의 기원을 청동기시대 지석묘에서 찾기도 한다. 석붕형 석실의 경우 대부분 분구가 남아 있지 않아서 동실묘 혹은 봉석묘로 불리기도 한다.
벽화분
벽화분은 무덤 내부에 그림을 그려 장식한 것으로, 고구려고분을 대표하는 무덤 형식 중 하나이다. 중국 랴오닝성 환런과 지린성 지안, 서북한의 평양, 안악 등지에서 약 130여 기가 확인되었다. 벽화분은 대부분 석실봉토분이지만, 계단석실적석총이나 계단전석혼축실적석총, 기단석실봉토분에서도 벽화가 확인되었다.
벽화는 석실 내부 전체를 화면으로 삼아 벽에는 묘주의 초상화와 생활의 여러 장면, 그리고 연꽃이나 ‘왕(王)’ 자, 거북등 무늬 등 장식 도안과 사신을 그리고, 천장에는 해와 달, 구름, 별, 각종의 상서로운 동물과 선인, 불교 관련 내용 등을 그렸다.
벽면에 그려진 그림을 기준으로 생활풍속도 계열, 사신도 계열로 나뉘며, 장식 도안은 생활풍속의 배경 내지는 단독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주로 지안 일대의 벽화분에서 장식 도안이 단독으로 나타난다. 생활풍속도 계열에서 사신도 계열로 변화하며, 장식 도안은 생활풍속도보다 늦게 등장하여, 5세기 중엽 이후에는 일정 기간 병존한다. 생활풍속도에서 사신도로 변화하는 과도기에는 양자가 결합된 벽화가 그려지기도 하였다.
생활풍속도
벽면에 실생활의 여러 장면을 표현한 생활풍속도 계열의 벽화는 현실이나 전실 내부의 네 모서리에 기둥을 그리고, 벽면과 천장의 경계부에서는 서까래와 들보를 그려 넣어 현실을 목조가옥의 내부처럼 표현하였다. 벽면에는 묘주로 추정되는 인물의 초상화나 출행도, 하례도, 빈객도 등 사회적 지위를 보여 주는 장면을 표현하였다.
매장부 자체를 대저택으로 표현하고, 의식주 생활과 관련된 내용들과 함께 무용, 씨름, 기예 등의 오락잡기와 사냥이나 전투 장면 등을 표현하여 대저택에서의 이상적 생활을 보여 준다. 천장부에는 해와 달, 구름, 별, 각종 신과 길상을 상징하는 상상 속의 동물들, 사신, 비천, 보살, 불탑 등의 불교 요소, 견우직녀 설화 등을 그려 넣어, 사후 세계에서의 영생을 바라는 관념을 엿볼 수 있다.
생활풍속은 전체 벽화분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재로 대표적으로 안악3호분과 덕흥리벽화분은 인물과 생활풍속 장면이 결합된 고분벽화이고, 각저총과 무용총, 수산리벽화분은 생활의 여러 장면을 표현하였으며, 통구12호분은 전쟁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하였다.
사신도
사신도 벽화분은 생활풍속도 벽화분과 달리, 주로 단칸 구조이다. 방형 현실과 중앙 연도, 평행삼각고임으로 정형성을 갖는다. 벽면의 중심에 방위에 맞춰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의 사신을 배치하게 된다.
사신의 배경무늬로 벽면에는 날아가는 구름무늬, 연꽃무늬, 화염무늬, 소나무 등을 그렸다. 천장에는 해와 달, 구름과 별자리, 인동문, 연꽃, 여러 신 등을 그리고, 천장 막음돌에는 연꽃이나 황룡을 그려 넣어 하늘 세계를 표현하였다. 사신은 죽은 자를 사방에서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로 해석된다.
기원과 변천
무덤 내부에 그림을 그려 장식한 장의미술은 중국 한대에 크게 유행하였다. 이에 따라 고구려 벽화분도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단, 벽화분의 구조와 고분벽화의 제재를 놓고 보면, 고구려가 선택적으로 수용, 발전시켰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벽화 제재의 측면에서, 고구려의 초기 고분벽화에는 중국 한나라 대에 유행한 화상석과 위진 시기의 고분벽화에서 자주 발견되는 연음백회의 장면이 보이기는 하지만, 생략되거나 간략하게 처리되었다. 반면, 묘주의 위세를 보여주는 대행렬은 잘 묘사되었다.
또 고구려 고분벽화의 중요한 제재로서 비중 있게 그려지던 사냥도의 경우, 중국 서북 지역의 고분벽화나 화상전에서는 제한된 규모로 표현되던 제재였다. 벽화분의 구조 역시 중국 한위진 대 벽화분은 횡혈식 구조라는 점만 같을 뿐, 이를 구현한 구조는 시기와 지역에 따라 크게 달랐고, 고구려 벽화분과도 차이가 있었다.
특히, 고구려 벽화분이 출현하던 4세기 중반에는 지안 지역과 평양 일대의 벽화분이 그 축조 방식과 구조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고구려에서 벽화분의 등장이 단선적이고 획일적이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4세기 말 이후는 벽화분의 성행기로, 도성뿐만 아니라, 지방 각지에서 다양한 내용과 구조의 벽화분이 축조되었다. 한칸구조, 유사 두칸구조, 두칸구조 등 여러 구조가 함께 하며 벽화의 내용과 제재도 풍부하고 다양하다.
장식 도안의 출현과 사신도 비중의 정도에 따라서 네 시기로 구분되는데, 첫 시기는 4세기 말부터 5세기 전반까지로, 생활풍속도가 중심이 되며, 사신은 천상 세계의 한 제재로 표현된다. 다음, 5세기 중엽이 되면 장식 도안 벽화가 출현하여, 환문총처럼 장식 도안으로만 벽면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감신총처럼 생활풍속도의 배경무늬로서 표현되기도 한다.
이어서 5세기 후반에는 천장의 사신이 벽면으로 내려오면서, 쌍영총처럼 생활풍속도와 사신이 결합하는 모습을 보인다. 끝으로, 6세기 이후에는 생활풍속의 내용이 사라지고 사신도가 벽면의 중심이 된다. 동시에 사신도 벽화분은 축조 범위가 줄어들어 도성을 중심으로 한 제한된 범위에서만 확인된다.
지안과 평양 부근의 사신도 벽화분은 동시기 무덤 중 최대분으로 초대형 적석총을 대신하여 최상위의 무덤이 된다. 대표적으로 호남리사신총, 진파리1호분, 진파리4호분, 강서대묘, 강서중묘 등은 왕릉으로 비정되기도 한다.
고분의 전개
크게 세 시기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고구려 묘제의 형성기이다. 서기전 2세기부터 3세기까지로, 수혈식 적석총이 중심이 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혼강과 압록강을 중심으로 적석총이 고구려 묘제로 정착되고, 주민 통합의 구심점으로서 정형화된 모습을 갖추어 갔다. 고구려 국가의 형성과 성장기에 대응시키기도 한다.
두 번째는 다양한 고분의 병존기이다. 4~5세기로, 횡혈식 장법의 수용과 함께 봉토분, 고분벽화 등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묘제의 출현 및 확산기이다. 3세기 말에서 4세기 초 횡혈식 장법을 수용하였고, 4세기 중반에 낙랑군과 대방군 축출에 따른 서북한 일대의 통합과 함께 봉토분과 고분벽화 등의 새로운 요소들이 결합된 시기이다. 이로써 다양한 묘제가 유행하게 되었고 다시 4세기 말을 경과하면서 횡혈식 석실이 묘제의 중심으로 정착해 가는 과정을 겪는다.
전통 묘제인 적석총과 석실, 벽화, 봉토 등의 신요소가 결합하여 점차 지역간 고분 양상에서의 차이가 줄어들었고, 서북한 일대의 주민들이 고구려 중앙에 편제되어 고구려 주민이 되어가는 과정과 대응한다. 한편, 지안 도성 주변에 왕릉이 초대형 계단적석총으로 조성되어, 왕릉을 정점으로 한 위계화를 보여 주기도 한다. 이 시기를 체제 확립과 영역 확장 등을 이룬 고구려의 발전기와 대응시키기도 한다.
세 번째는 석실봉토분 중심기이다. 6세기 이후부터 고구려 멸망까지로, 석실봉토분이 적석총으로 대신하여 고구려고분의 중심이 되었고, 압록강 유역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적석총이 더이상 축조되지 않았다. 최상위 무덤도 대형 석실봉토분 혹은 사신도가 그려진 석실벽화봉토분으로 대체된다는 점에서 이전 시기와 명확하게 구분된다.
또한, 봉토분은 대부분이 방대형이기 때문에 적석총에 보이던 분형에 따른 신분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고, 따라서 이 시기에 고구려 사회는 신분에 따른 묘제의 구별이 사라졌다. 오히려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매장부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무덤 간의 실질적인 차이는 벽화에 있게 되었다.
참고문헌
단행본
강현숙, 양시은, 최종택, 『고구려 고고학』(진인진, 2020)
전호태, 『고구려 벽화고분의 과거와 현재』(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20)
강현숙, 『고구려 고분 연구』(진인진, 2013)
정호섭, 『고구려 고분 조영과 제의』(서경문화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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