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번경증의대덕원측화상휘일문(故飜經證義大德圓測和尙諱日文)」은 최치원이 원측의 덕을 추모하기 위해 그의 기일인 7월 22일에 기신재(忌辰齋)를 지내며 지은 축원문이다. 이 글에서 최치원은 원측이 중국에서 활동한 자취와 신라에 끼친 영향 등을 기리고 있다.
「고번경증의대덕원측화상휘일문」이 주목되는 것은 9세기 말에 화엄종에서 의상을 비롯한 신라 화엄 학승뿐만 아니라 지엄(智儼), 법장(法藏) 등 당의 화엄 학승까지 화엄종 조사에 대한 숭배가 널리 확산되는 가운데 원측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원측의 진영은 불국사의 광학장(光學藏)에 봉안되었다. 이와 같이 유식학자로 널리 알려진 원측의 영정이 화엄종 사찰인 불국사에 모셔지고, 그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던 것은 원측의 화엄 관련 경력과 관련된다. 「고번경증의대덕원측화상휘일문」의 제목에서 원측을 ‘번경증의대덕’이라고 표현한 데서 드러나듯이 원측이 80권 『화엄경(華嚴經)』의 번역에 증의로 참석하였던 행적이 있기 때문에 화엄종에서 원측을 추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1636년(인조 14)에 편찬된 『화엄사사적(華嚴寺事蹟)』에도 수록되어 있으며, 비슷한 내용이 『불국사사적기(佛國寺事蹟記)』에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