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아마도 아미타여래의 협시보살로서의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함께 표현한 것으로, 아미타도(阿彌陀圖) 내지 아미타내영도(阿彌陀來迎圖)와 동일한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원래 아미타여래의 협시는 관음과 대세지보살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고려시대에 이르면 호암미술관 소장의 <아미타삼존도>와 같이 관음·지장이 아미타여래의 협시로서 같이 표현되는 예가 종종 있다. 이 관음·지장상 역시 그러한 예에 속하는 것이라 보여진다.
관음보살은 몸을 약간 오른쪽으로 비틀고 정면을 향하여 서 있다. 두 손은 가운데로 모아 정병(淨甁)을 쥐고, 치렁치렁한 머리칼이 어깨로 늘어져 있다. 이마가 넓고 둥근 얼굴에 비교적 작은 이목구비로 약간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체구는 단정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온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두 어깨를 감싸고 양팔에 걸쳐 구불구불하면서도 율동적으로 흘러내리는 백의(白衣)의 옷주름은 1307년 노영(魯英)이 그린 <아미타구존도>나 1320년 작 <아미타구존도>(일본 松尾寺 소장) 인물들의 옷주름 선과 흡사함을 보여 준다. 그 중에서도 이 관음상은 비튼 자세, 두 손을 모아 정병을 쥔 인상(印相), 상의(裳衣)의 금니(金泥) 무늬 등에서 1320년 작 <아미타구존도>의 관음상과 아주 비슷하다.
지장보살은 두건을 쓰지 않은 승형의 모습으로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아 투명한 보주(寶珠)를 받들고 있다. 둥근 얼굴에 앳된 얼굴 표정은 단정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몸은 정면을 향하고 있으면서 연꽃을 밟고 있는 발은 약간 비스듬히 표현되었다. 일본 네즈미술관(根津美術館) 소장의 <지장보살도>나 일본 센도사(善導寺) 소장의 <지장보살도>와 같은 자세를 보여 준다.
이 지장상은 보주를 잡은 모습 등에서는 1320년 작 <아미타구존도>의 지장보살과 같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관음보살의 구불거리는 옷주름 선과 달리 조각한 듯한 날카롭고 형식화된 옷주름 선이라든가, 가사의 세부 무늬 등은 네즈미술관 소장, 센도사 소장 <지장보살도>와 더욱 친연성(親緣性)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함께 그린 특이한 형식의 불화로서 고려시대 불화 도상의 다양함을 보여 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