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1년 작. 세로 175㎝, 가로 180㎝. 통도사 성보박물관 소장. 죽은 이의 천도에 대한 내용과 『우란분경(盂蘭盆經)』의 내용을 도상화한 그림이다. 그림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된다.
윗부분에는 7여래(七如來 : 孤魂들로 하여금 탐심과 악도를 버리고 열반락을 얻어 감로미를 맛보게 하고, 극락에 왕생하게 한다는 일곱 부처)와 죽은 이의 영혼을 인도하여 정토로 안내해 가는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 및 지장보살·관음보살 등이 묘사되어 있다.
이 중 7여래의 높고 뾰족한 육계(肉髻), 약간 형식화된 인물 표현, 느슨한 필치 등이 18세기 후기 불화의 양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보살 아래의 대부분의 공간은 부드러운 암산을 배경으로 지옥 및 현세의 생활상이 잘 표현되어 있다.
즉, 승려에게 공양하는 속인의 모습과 북을 치며 춤추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 국왕과 대신들의 모습 등이 표현되어 마치 한 폭의 풍속화를 보는 듯하다. 특히, 한복을 입고 갓·망건을 쓴 남자들과 하얀 저고리를 입은 여인들의 모습에서, 한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고 있다.
이 불화는 내용이나 구성 등이 다른 감로왕도와 비교되는 반면, 색채와 필선에서도 이원적(二元的)인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색채는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다양하고 화려한 불화의 색채 감각에서 벗어나, 일반 회화에 가까운 단순한 색채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7여래와 보살들은 적색·녹색·청색 등 불화의 색채 감각을 살린 반면, 이 불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랫부분은 황토색(암산)과 녹색(나무) 그리고 흰색(남녀의 옷) 등이 주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부드럽고 단순한 색감을 느끼게 한다.
필선 또한 이원적으로 구사되어, 불·보살에 사용한 필선은 철선(鐵線: 굵고 가는데가 없이 두께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꼿꼿하고 곧은 필선으로, 매우 딱딱하고 예리하여 철사와 같은 느낌을 자아냄)에 가깝게 굵고 가는 변화가 적은 선묘로서 형식화되고 획일화되었다. 반면에 현세 및 지옥상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유려하고 부드러운 필선을 구사하고 있다.
또 이와 함께 암산의 표현에는 당시 일반 회화에서 사용하던 준법(皴法: 산이나 바위를 묘사할 때 윤곽선을 그린 다음에 산·바위·토파(土坡) 등의 입체감과 명암·질감을 나타내기 위해 표면에 다양한 필선을 가하는 기법)을 사용하였다. 속인들의 옷주름 표현에 풍속화의 선묘를 사용하고 있는 점 등은 불화와 일반 회화와의 관련성을 엿보게 한다.
형식 면에서는 1589년 작인 <감로왕도>(일본 藥仙寺 소장)에서 보이는 성대한 성반 의식(盛飯儀式) 장면이나 석가여래의 설법 장면 등은 생략되어 있다. 그래서 시대가 내려올수록 도상이 간략화된 느낌이 짙다.
그러나 현세의 생활상 등은 좀 더 한국적이며 풍속화적인 면이 짙어, 조선조 후기에 이르러 한국적 불화로 변모해 가는 모습을 잘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