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각 항목별로 분류하여 어휘를 배열하고, 한글과 한문으로 설명한 어휘집이다.
4권 4책. 필사본. 간행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1798년(정조 22)에 이성지(李成之)가 엮은 『재물보』를 확대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그 보다는 후대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규장각 도서에 있다. 1998년 홍문각에서 영인하였다.
권1에는 천도부(天道部)·지도부(地道部)·인도부(人道部)·인륜부(人倫部)·군도부(君道部)·신도부(臣道部)·형기부(形氣部)·민업부(民業部)·서류부(庶流部)·문학부(文學部) 등 10개의 부로 나누고, 다시 천도부는 태극·천·천지·일·월·성신 등 39항목, 지도부는 26항목, 인도부는 22항목, 인륜부는 49항목, 군도부는 17항목, 신도부는 34항목, 형기부는 71항목, 민업부는 24항목, 서류부는 33항목, 문학부는 45항목으로 나누어 그에 해당하는 사물의 명칭을 풀이하였다.
권2에는 모두 9부로 나누어 예절부(禮節部)는 77항목, 군여부(軍旅部)는 63항목, 음악부(音樂部)는 52항목, 궁실부(宮室部)는 40항목, 의복부(衣服部)는 107항목, 음식부(飮食部)는 63항목, 기용부(器用部)는 83항목, 기희부(技戱部)는 24항목, 물성부(物性部)는 15항목으로 나누었다.
권3에는 화부(火部)에 8항목, 금부(金部)에 9항목, 옥부(玉部)에 11항목, 석부(石部)에 30항목, 노석부(鹵石部)에 8항목, 초부(草部)에 10항목, 곡부(穀部)에 4항목, 채부(菜部)에 6항목으로 나누었다.
권4에는 목부(木部)를 5항목, 죽부(竹部)를 1항목, 과부(果部)를 8항목, 인부(鱗部)를 4항목, 개부(介部)를 2항목, 금부(禽部)를 5항목, 수부(獸部)를 6항목, 충부(蟲部)를 4항목으로 나누었다.
전반적으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자연세계, 인간세계, 사물의 세계라는 세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권1의 천도부와 지도부가 자연 세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하늘과 땅에 관련된 어휘들이 실려 있다. 인도부에서는 개인 생활 일반에 대한 내용을, 타인과의 관계는 인륜부와 군도부, 신도부에서 각각 다른 사람들과 임금, 신하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신체 관련의 형기부, 실제 사회생활과 관련된 민업부와 서류부, 교육과 관련된 문학부, 예절부, 군여부, 음악부 등 비교적 상세하게 부류를 나누어 풀이하고 있으며, 의식주 관련 용어도 주(住)는 궁실부로, 의(衣)는 의복부로, 식(食)은 음식부로 각각 나누었다. 여기에 도구와 관련된 기용부, 오락 관련의 기용부도 모두 인간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어휘들이라 하겠다.
사물의 특성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 물성부 외에 화부, 금부, 옥부, 석부, 노석부가 각각 해당 무생물들과 관련된 항목이 실려 있다면, 나머지 초부, 곡부, 채부, 목부, 죽부, 과부, 인부, 개부, 금부, 수부, 충부는 생물과 관련된 항목인데, 단순히 동·식물만을 구분한 것이 아니라 동물을 다시 ‘비늘이 덮인 것(인부)’, ‘딱지가 덮인 것(개부)’, ‘길짐승(수부)’, ‘날짐승(금부)’, ‘벌레(충부)’로 세분한 것도 독특하다.
권1의 천도부의 ‘천’항목에서 예를 들면, “天 하ᄂᆞᆯ 至高天上”이라 하여 한글과 한문으로 풀이하고, 그 다음에 천의 한자어로 된 이칭(異稱)을 들었는데(太空·太穹·上蒼·九蒼·九鱗·玉宇·春冥·圓精), 때로는 한자로 기록된 다른 나라의 말도 인용하였다. 즉, “提婆 西域稱天, 統格落 元人稱天, 祁連 匈奴稱天(제파 서역칭천, 통격락 원인칭천, 기련 흉노칭천)”에서 ‘제파(提婆)’는 범어(梵語)의 ‘데바(deva, 天)’를 의미하며 서역에서 하늘을 가리킨다고 하였고, ‘통격락(統格落)’은 몽고어의 ‘텅거리(天)’를 중국어로 표기한 것이다.
또, 한자어휘의 별칭도 기록하였는데 역시 천에서 예를 들면, 창천(蒼天)은 춘천(春天: 봄 하늘), 호천(昊天)은 하천(夏天: 여름 하늘), 민천(旻天)은 추천(秋天: 가을 하늘), 상천(上天)은 동천(冬天: 겨울 하늘)을 의미한다고 설명하였다.
전체적인 어휘배열과 설명방식은 까다로운 한자 어휘를 찾아보는 데 편리하게 어휘를 유별(類別)로 배열하고 설명을 붙인 사서(辭書)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권4의 목부(木部)의 ‘목(木)’항목을 보면, “葉 ᄭᅩᆺ닙, 花 ᄭᅩᆺ, 朶 ᄭᅩᆺ송이, 花乳頭 ᄭᅩᆺ봉오리”와 같이 한자 어휘의 뜻을 익히는 데 편리하도록 만들었다.
이 책은 비록 한자 어휘에 국한되어 있으나 매우 방대한 어휘를 수록하였고, 또 간헐적이지만 한자 어휘를 풀이한 우리말 어휘는 그 당시의 언어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특히, 차용어 및 외래어의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된다.
해설에 사용된 우리말 어휘는 주로 서울말로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초의 언어적 특징을 보인다. 한자음에서 이미 구개음화가 완전히 이루어졌으며, ‘·’음의 표기도 매우 혼란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대체로 20세기초 국어표기원칙에 따르고 있는 듯하다.